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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골탈태” 佛心은 하나인데… 뿌리깊은 종단갈등 개혁 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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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골탈태” 佛心은 하나인데… 뿌리깊은 종단갈등 개혁 먼길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입력 2018-09-03 03:00수정 2018-09-03 0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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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 원장 퇴진’ 조계종의 앞날은
지난달 26일 대한불교조계종 총본산인 조계사 안팎에서는 전국승려결의대회와 교권수호결의대회가 열려 극심한 혼란을 드러냈다. 설정 스님의 총무원장 퇴진 이후 28일 실시하는 차기 총무원장 선거를 둘러싸고 갈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대한불교조계종의 총본산인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조계사 안팎에서 지난달 26일 열린 전국승려결의대회와 교권수호결의대회는 갈라진 조계종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총무원장 설정 스님의 퇴진에 이어 승려대회 등을 통해 드러난 불교계 민심과 향후 전망을 정리한다.

○ “개혁해야 하지만 대안세력 없어”

이날 맞불집회는 세(勢) 대결의 양상을 보였다. 승려대회와 교권수호대회 측은 각각 3000명과 1만 명이 참여했다지만 거품이 많다. 승려대회는 승려 200명을 비롯해 최대 1000명, 교권수호대회는 승려 500여 명과 신도 3500여 명 등 4000여 명 정도로 추산된다.

제도권 측은 특히 승려 참가자가 적다며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실패한 승려대회라고 주장한다. 큰 부담이 됐던 설정 스님이 물러나고 승려대회 봉쇄에 성공한 만큼 선거 국면으로 전환할 수 있는 계기를 잡았다는 판단이다.

반면 승려대회 측은 종권(宗權)을 장악한 제도권의 맞불집회에도 불구하고 개혁세력이 결집해 불교계 민심을 확인했다는 자평이다. 승려대회 측 대변인 격인 도정 스님은 “설조 스님 단식을 계기로 뭉친 개혁세력이 설정 원장의 퇴진이라는 큰 성과를 이뤄냈다”라며 “동원된 참가자와 자발적으로 모인 개혁 세력의 결집을 동일선상에서 볼 수 없다”고 했다.

집회 현장에서 확인한 조계종에 대한 불심(佛心)은 명확했다. 종단이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데에 이론의 여지가 없었다. 은처자(隱妻子·숨겨 놓은 아내와 자녀) 시비에 휩싸인 설정 전 원장을 비롯한 종단 고위 간부들을 언급하며 “어쩌다 조계종이 이런 지경까지 왔냐”는 쓴소리가 많았다. 교권수호대회에 참석한 한 신도조차 “MBC ‘PD수첩’ 보도가 과장됐지만 요즘처럼 불교 신도라는 게 부끄러운 적이 없다. 스님들이 제발 기도만 열심히 하고 살면 좋겠다”고 했다.

적폐청산을 주장해온 그룹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종단 행정을 담당하는 한 종무원은 “과격한 성명서 내고 MBC 같은 외부 세력을 끌어들이는 운동권 방식으로는 종단 구성원의 마음을 얻기 어렵다”며 “승려대회라면서 겨우 200명을 모은 것 자체가 대안이 안 된다는 증거 아니냐”고 했다.

○ 총무원장 선거와 보이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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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대회 이후 조계종은 차기 총무원장 선거를 둘러싼 갈등에 휩싸일 것으로 전망된다. 조계종 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일정에 따르면 4∼6일 후보자 등록을 시작으로 13∼17일 중앙종회(81석)를 뺀 24개 교구 본사별로 각 10명씩 총 240명 선거인단을 선출해 28일 제36대 총무원장 선거를 한다.

불교계에서는 동국대 이사장을 지낸 일면 스님, 중앙종회 의장 원행 스님, 전 포교원장 지원 스님, 전 고은사 주지 호성 스님 등 4, 5명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종책(계파) 차원의 후보 밀기는 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흘러나오지만 자승 전 총무원장의 의중에 여전히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승 전 원장이 영향력을 행사해온 불교광장은 지난해 제35대 총무원장 선거에서 설정 스님을 단일 후보로 밀어 73%의 지지율로 당선시켰다.

개혁세력은 선거인단 320명에 의한 간선제는 기득권 세력의 종권 연장이라며 직선제를 요구해왔다. 2016년 조계종 총무원장 직선제 특별위원회의 설문조사에서 직선제 지지율이 80.5%에 달하는 등 직선제가 종도들의 민심이라는 주장이다. 설조 스님과 불교계 시민단체인 불교개혁행동은 지난달 30일 “9월 28일 예정된 총무원장 선거는 중단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불교개혁행동은 매주 토요일 토요법회를 통해 청정 교단을 염원하는 대중의 뜻을 알리겠다며 15일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 위로는 깨달음을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교화한다는 가르침은 멀기만 하다. 물과 기름, 조계종의 현주소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조계종#설정#승려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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