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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기도 끝에 태어난 순조…조선 왕실 사랑받은 ‘순천 선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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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기도 끝에 태어난 순조…조선 왕실 사랑받은 ‘순천 선암사’

순천=유원모 기자입력 2018-08-22 16:47수정 2018-08-22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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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사 승선교 박영철기자 skyblue@donga.com
한국의 산사는 대부분 개울을 끼고 위치한다. 경관이 수려하긴 한데, 통행은 불편해 교량을 설치한 경우가 많다. 전남 순천시 선암사는 그 중에서도 빼어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다리를 입구에서 만날 수 있다. 무지개를 닮은 아치교인 승선교(昇仙橋·보물 제400호)다. 아치 사이로 2층 누각인 강선루가 보이는데, 이 전경이 계곡물에 고스란히 비춰져 신비로운 느낌마저 선사한다.
선암사 드론 촬영 박영철기자 skyblue@donga.com

선암사 드론 촬영 박영철기자 skyblue@donga.com


승선교 아래에는 용모양 장식이 걸려 있다. 좀더 자세히 보면 용의 입 주변에 동전 3개가 걸려 있다. 1713년 호암 스님이 공사를 마무리하고 남은 돈을 허투루 쓰지 않고, 훗날 수리비용에 사용하라며 남겼다 한다. 청렴결백한 스님의 뜻이 통한 걸까. 300여 년 간 다리는 튼튼하게 유지됐고, 동전은 고스란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선암사 대웅전 박영철기자 skyblue@donga.com

선암사 대웅전 박영철기자 skyblue@donga.com

선암사 대웅전 박영철기자 skyblue@donga.com

선암사 대웅전 박영철기자 skyblue@donga.com

선암사 대웅전 박영철기자 skyblue@donga.com


강선루를 지나 조계산 자락으로 더 올라가면 일주문과 함께 본격적으로 사찰 경내로 들어선다. 일주문 뒤쪽 현판에는 ‘해천사(海川寺)’라는 글씨가 써 있다. 선암사는 1761~1824년 이 이름으로 불렸다. 9세기 창건 뒤 10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사찰 전체가 무너져 내릴 만큼 큰 화재 사고를 여러 차례 겪다 보니 바다와 강을 뜻하는 ‘해천’이란 이름으로 바꾼 것이다. 선암사 곳곳에 ‘수(水)’ ‘해(海)’와 같은 글자가 새겨진 전각이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덕분인지 19세기부터는 큰 불이 나지 않았고, 6·25전쟁과 10·19사건 등 현대사의 굴곡진 위기도 이겨내며 지금껏 전통 사찰의 원형을 유지해오고 있다.

선암사 설선당 박영철기자 skyblue@donga.com

선암사 설선당 박영철기자 skyblue@donga.com

선암사 원통각의 창살에 조각된 독특한 문양 박영철기자 skyblue@donga.com

선암사 원통각의 창살에 조각된 독특한 문양 박영철기자 skyblue@donga.com

선암사 원통각의 창살에 조각된 독특한 문양 박영철기자 skyblue@donga.com


선암사는 특히 조선 왕실의 사랑을 받은 사찰로도 유명하다. 정조는 한동안 왕자를 얻지 못해 애가 탄 적이 있다. 정조의 부탁으로 눌암대사가 선암사의 원통전 건물에서 100일 기도를 드렸는데 기적같이 순조가 태어났다고 한다. 순조는 즉위 이듬해인 1801년 원통전에 큰 복을 낳게 한 밭이란 뜻의 ‘대복전(大福田)’ 현판을 하사했다. 지금도 순조의 글씨가 남아있는 원통전은 사찰인데도 조선 왕실의 건축 양식인 정(丁)자형으로 지어져 있다.
선암사 심검당 박영철기자 skyblue@donga.com

선암사 화장실 박영철기자 skyblue@donga.com
선암사의 대웅전 현판에는 ‘김조순’이라는 글씨가 써 있다. 뛰어난 명필가라 하더라도 뒤편에 이름을 남긴다는 점에서 불손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순조의 장인으로 세도정치의 정점에 서 있던 김조순(1765~1832)은 일부러 이름을 내걸었다. 당시 억불정책으로 인해 각종 수탈과 핍박의 대상이었던 불교의 현실에서 선암사 역시 예외일 수 없었다. 최고 권력자의 이름을 통해 지방 관료들의 횡포로부터 보호하고자 했던 김조순의 배려였던 셈이다.

선암사 전통차밭 박영철기자 skyblue@donga.com

선암사 뒤편 산자락에는 약 3만3000㎡(1만여 평)에 이르는 야생 차 밭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큰 규모의 재래 차 밭이다. 지금도 선암사 스님들이 차 잎을 직접 따 9번을 볶는 전통 방식으로 생산한다. 은은하면서도 구수한 맛으로, 떫은맛은 느껴지지 않는 우리나라 전통 차의 원형이라 할 수 있다. 한번 맛보면 쉬이 잊혀지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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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유원모 기자onemo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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