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제스님 “설정 총무원장 사퇴뜻 거듭 밝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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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종정, 퇴진 반대론에 선그어… “종단 절차따라 차기 선출해야”
일각 “중앙종회 통한 개혁 불가능”

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은 “설정 총무원장이 용퇴 의사를 밝혔다”며 “종단 내 절차에 따라 차기 총무원장을 선출해야 한다”고 8일 밝혔다.

진제 스님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원로회의 의장 세민 스님이 대독한 교시에서 “설정 스님은 항간에 제기된 의혹의 사실 여부를 떠나 종단의 화합과 안정을 위해 용퇴를 거듭 표명했다. 엄중하고도 질서 있는 명예로운 퇴진이 동시에 수반돼야 한다”며 “종헌종법 질서 속에서 차기 총무원장을 선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진제 스님은 또 10·27 법난(法難)을 언급하며 “종교가 정권에 예속되거나 종속되어서도 아니 되며, 외부 세력과 정치권력이 종교에 절대 관여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10·27 법난은 1980년 10월 27일 신군부가 불교계 정화를 명분으로 스님들을 강제 연행하고 전국 사찰을 수색한 사건이다.

이날 발표된 교시는 설정 원장의 퇴진 반대 집회 등 일각의 움직임에 대해 퇴진으로 못을 박으면서 중앙종회와 원로회의 등을 통한 차기 총무원장 선출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법난과 정교분리 원칙까지 언급하며 정부와 외부 세력의 개입을 반대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번 교시를 통해 종단 전반에 걸쳐 있는 자승 전 총무원장의 영향력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향후 조계종 사태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명예로운 퇴진을 원하는 설정 원장 측의 반발과 16일 중앙종회, 23일 전국승려대회 개최가 맞물리며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설조 스님 단식을 계기로 결집한 전국선원수좌회와 실천불교전국승가회, 불교계 시민단체 등은 기득권 세력인 중앙종회를 통한 개혁은 불가능하다며 승려대회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

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진제스님#대한불교조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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