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과 호흡하는 풀뿌리 동네교회가 기독교의 반석”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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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락성결교회 지형은 담임목사

교회 앞 ‘磐石(반석)’이라고 새겨진 머릿돌 앞에 선 지형은 목사. 그는 “최근 종교 인구 조사를 보면 개신교가 최대의 집단으로 드러난다”라며 “이제는 전투적 배타성이 아니라 다수로서 포용과 사랑의 미덕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교회 앞 ‘磐石(반석)’이라고 새겨진 머릿돌 앞에 선 지형은 목사. 그는 “최근 종교 인구 조사를 보면 개신교가 최대의 집단으로 드러난다”라며 “이제는 전투적 배타성이 아니라 다수로서 포용과 사랑의 미덕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건물 입구 머릿돌은 대개 건축과 관련한 날짜와 사연이 있다. 하지만 6일 찾은 서울 성동구 성수일로 성락성결교회의 그것은 달랐다. 흙냄새가 느껴지는 화강석에 반석(磐石)이란 한자가 한눈에 들어온다. 2010년 새 교회가 들어서자 남한산성 행궁에 있는 비의 글자를 탁본해 새긴 것이다.

“그 역사의 물길을 남한산성부터 이곳까지 끌어오고 싶다고 생각했죠. 기독교(개신교)에서 반석은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키기도 합니다.”

지형은 담임목사(58)는 “그 글자에서 병자호란으로 우리 민족이 겪은 고난과 반석처럼 튼튼한 나라가 되기를 바라는 염원을 느꼈다”며 “교회는 뿌리내린 지역과 사람들, 삶의 역사에서 분리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독일 보쿰대에서 교회·교리사를 전공해 신학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교회 일치와 갱신을 위해 노력해온 목회자로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 신학위원장을 맡고 있다. 20일에는 교계 원로 홍정길 목사의 뒤를 이어 ‘남북나눔운동’ 이사장으로 취임한다.

―지난해 종교개혁 500주년이 교회 갱신의 계기가 못 됐다는 비판이 많다.

“홍 목사님 말을 빌리면 이렇다. ‘500주년 얘기는 많이 했지만 우리 삶은 변화하지 않았다’고. 깊이 공감한다.”

―어떤 변화인가.

“중요한 것은 우리 삶이 변화하는 것이다. 일상이 바뀌고, 또 인격이 바뀌어야 진짜 변화다. 그것은 성찰과 내면으로의 침잠이 필요하고, 성경 말씀과 가르침대로 살아가야 한다.”

―좋은 기회를 왜 그냥 보냈는가.

“솔직히 500주년이라고 해서 한국 교회가 하루아침에 개혁되겠나. 근본적 개혁이 어렵지만 그 정신을 기념이라도 해야 한다는 게 교계 분위기였다. 그 와중에 그 정신마저 흔들어버린 명성교회 세습 사태가 터졌다.”

―교회 내부에서는 세습과 관련해 찬성 의견이 훨씬 많다고 한다.

“종교의 메커니즘을 볼 때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종교는 진리에 대한 믿음인데, 그 과정에서 카리스마를 지닌 지도자에 대한 믿음도 같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교회가 소속된 예장 통합의 교단 재판이 진행 중이라 끝난 문제가 아닐 것이다. 통합이 어떤 교단인가. 개신교의 바로미터 같은 교단이다. 교단법상 제재를 받기보다는 명성이 교단에서 탈퇴해 교단 체면을 살려주는 방식으로 정리되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종교의 위기라는 말도 나온다.

“종교의 위기가 아니라 종교집단의 위기라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1960년대 종교의 종말이라는 단어가 시대적 키워드가 됐지만 또 다른 전기를 맞지 않았나. 사람들은 항상 위로와 희망이 필요하고, 그 리더는 언제든지 있었다. 우리나라가 어렵던 시절, 조용기 목사는 많은 비판을 받지만 종교 분야의 ‘천재’였다.”

―한국 교회의 미래는 무엇에서 찾아야 하나.

“교회는 근본적으로 지역에 뿌리내리는 동네교회여야 한다. 대형 교회나 이른바 여기저기 지교회가 있는 ‘전국구 교회’는 성서적 교회가 아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대형 교회도 없어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서로 손잡고 같이 살아야 한다. 작은 교회들이 문을 닫으면 중형, 대형 교회도 흔들린다.”

―성결교단에서 가장 진보적 성향 아닌가.

“(웃음) 내 생각엔 중도적 진보다. 우리 사회는 보수, 진보로 나눈 뒤 ‘내 편, 네 편’ 하는 의식이 강하다. 보수면 어떻고, 진보면 어떠냐. 역사를 공부해서 그런지, 사회는 보수가 끌어가는 게 맞고, 그 과정에서 진보가 균형을 잡으면 된다. 수레는 두 바퀴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
 

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성락성결교회#지형은 담임목사#풀뿌리 동네교회#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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