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먼 피셔 “아메리카 퍼스트? 인간-동식물-자연 모두 퍼스트입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미국의 禪스승 노먼 피셔 ‘에브리데이 젠’ 공동체 설립자 방한

8일 방한 기자회견을 가진 미국의 선수행자 노먼 피셔는 “한국 젊은 세대에서 ‘혼밥’ ‘혼술’이 유행한다고 하는데, 우리의 삶이 수많은 사람과 만물의 인연으로 연결돼 있다는 것을 명상을 통해 깨달으면 결코 외롭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8일 방한 기자회견을 가진 미국의 선수행자 노먼 피셔는 “한국 젊은 세대에서 ‘혼밥’ ‘혼술’이 유행한다고 하는데, 우리의 삶이 수많은 사람과 만물의 인연으로 연결돼 있다는 것을 명상을 통해 깨달으면 결코 외롭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인공지능(AI)의 시대에는 내 마음을 자각하고, 타인과 만물과 공유하고, 연결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집니다. 불교의 선수행과 명상이 현대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를 치유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미국의 선(禪) 스승으로 꼽히는 노먼 피셔(71) ‘에브리데이 젠’ 공동체 설립자는 8일 오전 서울 조계사 앞 템플스테이정보센터에서 방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선 수행의 의미에 대한 질문에 “우리가 미래 기술에 대해 생각할 때 인간에 대한 성찰이 빠져 있다”며 “기술의 진보가 인간의 가치를 강화하는 긍정적인 방향에 부합한다면 잘 습득하고, 역행한다면 저항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일보한 컴퓨터에서는 우리 의식의 모든 것을 내려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 몸이 다했을 때는 의식을 로봇에 이식하고, 또 다른 몸을 받아서 살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런 삶이 가능하다면 죽음이란 것도 없고, 인간도 존재하지 않을 겁니다. 우리가 인간으로 남아 있는 한 우리는 ‘우리 자신’으로 돌아갈 길이 필요합니다. 그 길은 침묵과 사랑입니다.”

피셔는 1995∼2000년 미국 불교의 발원지로 꼽히는 샌프란시스코 선 센터의 주지를 지냈으며 2000년에는 ‘에브리데이 선’ 공동체를 설립해 선 수행을 지도하고 있다. 특히 그는 비즈니스, 법률, 테크놀로지, 호스피스 프로젝트 등 현대사회의 다양한 영역에 선불교를 적용하는 데 관심을 기울여 왔다.

“선을 수행할 때 내 안에 있는 삶의 에너지, 생명의 힘에 대한 자각 능력이 커집니다. 다른 사람, 만물과도 이해하고 공유하고 연결시키는 능력이 커집니다. 구글에서는 창의적인 발견은 늘 개인의 역량이 아니라 팀 활동에서 나온다는 점에서 명상 프로그램을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피셔는 선 수행을 하게 된 계기에 대해 “청년 시절 히피 문화에 큰 영향을 받았다”며 “부모님 세대의 문화를 더 이상 따를 수 없고 우리 스스로가 뭔가 새로운 가치를 발견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선 수행에서 자연스럽게 답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는 “평생 선불교를 수행해 온 사람으로서 아시아 국가에 올 때마다 ‘내가 집에 왔구나’ 하는 느낌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피셔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에 대한 질문에 “사람이 먼저”라고 대답했다.

그는 “인간만이 우선이 아니라, 다른 동물들도, 식물도, 공기와 물도, 산도 모두 퍼스트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를 둘러싼 한국 사회의 갈등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비슷한 일을 겪고 있고, 일각에서는 대통령 탄핵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사회적 혼란이 있을 때 사람들은 부정적 감정이 격화된다. 격렬한 감정이 서로에게 반응하고 확대 재생산된다. 이럴 때일수록 침묵 속에 분별심(Sanity)을 찾고 차분한 정신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피셔는 8∼21일 서울과 부산, 전남 해남에서 총 6차례 강연과 법회, 수행 등에 참석할 예정이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노먼 피셔#에브리데이 젠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