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옛 한전 부지에 105층 건물? 박원순 시장 주민소환 청구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0일 17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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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불교조계종이 서울 강남 옛 한전 부지에 건립 예정인 현대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와 관련해 건축 허가권을 쥐고 있는 서울시를 전면적으로 압박하고 나섰다.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은 10일 서울 봉은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서울시가 전례 없이 신속하게 105층짜리 현대차 GBC의 허가 과정을 처리하고 있다"며 "만약 박원순 시장이 이 허가에 사인할 경우 주민소환을 청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승 원장은 "105층 건물이 들어설 경우 봉은사의 일조권은 물론 문화재적 가치에 큰 타격을 입힐 것"이라며 "박 시장이 그동안 고층 개발 대신 주위 경관과 어울리는 도시계획 정책을 펴왔는데 이번엔 거꾸로 가면서 재벌에 특혜를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승 원장은 "우리 쪽에서 시뮬레이션한 결과 55층 이상은 불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허가가 날 경우 박 시장이 나라를 위한 일을 하지 못하게 조계종이 나서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불교계에서는 조계종이 그동안 옛 봉은사 땅인 한전 부지를 되돌려달라는 소송 등을 주력했으나 당장 현대차 건물 짓는 것부터 먼저 문제를 삼는 방향으로 전환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자승 원장은 "소송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데 건물이 올라서면 무를 수가 없는 일이어서 건물부터 못 짓게 하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2일 제13차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열고 한전부지에 105층짜리 현대차 신사옥 등을 건립하는 내용을 담은 '국제교류복합지구 지구단위계획 결정 변경 및 현대자동차부지 특별계획구역 세부개발계획 결정안'을 최종 수정 가결했다. 향후 교통·환경영향평가를 거쳐 국토부 산하 수도권정비심의위원회와 서울시 건축위원회를 통과하면 모든 인허가 절차는 마무리된다.

현대차그룹은 2014년 9월 10조5000억 원에 한전 부지를 사들였고 서울시에는 1조 7000억 원을 공공기여금으로 내놓았다. 한전부지는 본래 봉은사 소유였으나 1970년 당시 상공부가 조계종 총무원으로부터 매입했다. 조계종은 당시 상공부가 국가 땅으로 쓰겠다며 스님들을 속여 계약했으나 결국 평당 4억 원 씩의 막대한 차익을 남기고 되판 셈이라며 한전부지 환수를 주장해왔다.

봉은사 역사문화환경 보존 대책위원회는 13일 오전 11시 봉은사에서 1000여 명의 스님과 신도가 참석한 가운데 '한전부지 졸속행정 재벌 특혜 개발 저지 및 봉은사 역사문화수행환경 보존 기원법회'를 열 계획이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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