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오신날]군종특별교구장 정우 스님“불교가 장병들에게 ‘비타민 역할’ 하도록 만들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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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종특별교구장 정우 스님 인터뷰
“파주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 법당 ‘무량수전’ 신축 한창
6·25 때 참전해 한국 도운 16개국 4만명 희생자 위패 모실 것”

“올 초 판문점을 방문할 때부터 우아한 고려 사찰이 마치 꿈을 꾸듯 그려지더군요.”

3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옆 원광사에서 만난 정우 스님(64·조계종 군종특별교구장·사진)은 충남 예산 수덕사의 대웅전 사진을 가리키며 환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처마부터 기둥까지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들을 일일이 확대하면서 설명했다.

정우 스님은 경기 파주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안에 법당 ‘무량수전’을 짓는 불사를 하고 있다. 그는 “수덕사 대웅전처럼 고려 사찰은 우아하지만 결코 뽐내듯 화려하지 않다”며 “겸손한 미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말했다.

스님이 이곳에 법당을 짓기로 한 것은 JSA가 갖는 상징성 때문이다. 한 해 16만 명의 국내외 방문객이 JSA를 찾고 있는데, 현재의 법당은 미군이 사용하던 막사를 개조한 것이다. 스님은 “새로 법당을 지은 뒤 JSA의 의미를 담아 6·25전쟁 때 16개국에서 참전한 4만 명의 희생자들을 기리는 위패를 모시려고 한다”고 말했다. 위패에는 각국 언어로 인적사항 등을 기재할 예정이다.

하필 고려시대 양식의 법당을 짓는 이유가 궁금했다. 스님은 “고려 개국 초기에 통일신라 마지막 왕인 경순왕이 망국의 한을 달래려고 파주에 암자를 지은 일화가 전한다”는 역사적 연원을 들려줬다. 경순왕의 부인이던 낙랑공주가 파주 도라산에 영수암을 지었다는 설화다.

앞서 스님은 올 3월 JSA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과 김현집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무량수전 기공식을 열었다. 이 법당은 올 10월 완공된다. 1월 스님이 JSA를 처음 방문한 이후 1년도 채 안 돼 건립허가와 완공까지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고 있다. JSA 안에 새로 들어설 무량수전은 법당 82.32m², 종각 9m² 규모로 조성되며 총 9억 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화제를 돌려 스님이 군 포교에 나선 인연을 물었다. 스님은 까마득한 43년 전 26사단 입대 당시를 떠올렸다.

“보병으로 들어갔는데 당시 부대에 법당이 없었어요. 종교 활동 시간에 어쩔 수 없이 기독교 예배를 드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승려라는 사실을 소대장과 중대장이 우연히 알게 됐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분들도 불자이셨던 것 같은데 저에게 설법을 맡기더군요.”

이런 인연으로 스님은 연대와 사단에 각각 호국황룡사와 호국일월사를 세웠고 군승(軍僧)으로 활약하게 됐다.

스님은 경남 양산 통도사의 서울포교당인 구룡사를 통해 도심 포교의 모범을 보여왔다는 평가를 들었다. 그는 통도사 주지를 거쳐 2013년 7월 군종특별교구장에 부임했다. 그는 부임 후 40년 만에 자신이 26사단에 세운 법당을 찾았다.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부처님의 법을 갈구하던 그때의 절실함이 떠올랐습니다. 군종병과 장병을 대할 때마다 당시의 체험이 적지 않은 도움이 됩니다.”

틈날 때마다 최전방 일반전초(GOP)까지 일일이 찾아다니는 스님의 눈에 비친 요즘 신세대 장병들의 군 생활은 어떠할까.

“동기끼리 내무반을 쓰고 많은 부분에서 발전했지만 집만 하겠습니까. 스마트폰을 분신처럼 여기는 요즘 젊은이들이 입대해서 한동안 이걸 쓰지 못하게 하니까 정서적으로 꽤 불안해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불안감을 없애고 따뜻한 병영 생활이 되도록 불교가 장병들에게 ‘비타민’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습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부처님오신날#정우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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