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와 일치의 상징 부활절에, 정작 예배는 따로따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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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 갈등 개신교 2012년 이후 4년째 각자 행보

2011년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열린 부활절 연합예배. 이후 한기총 분열 등 개신교계의 갈등으로 연합예배가 치러지지 못하고 있다. 동아일보DB
2011년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열린 부활절 연합예배. 이후 한기총 분열 등 개신교계의 갈등으로 연합예배가 치러지지 못하고 있다. 동아일보DB
지난해 부활절 행사의 일환으로 서울 여의도에서 진행된 부활절 십자가 대행진. 동아일보DB
지난해 부활절 행사의 일환으로 서울 여의도에서 진행된 부활절 십자가 대행진. 동아일보DB
개신교 화해와 일치의 상징인 부활절(4월 5일) 연합예배가 연합이 아닌 네 곳으로 나뉘어 치러지게 됐다.

최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등 개신교 협의체와 주요 교단들은 부활절 예배 계획을 발표했다.

진보 성향의 NCCK는 ‘그리스도의 부활 우리의 부활’이라는 주제 아래 세월호 참사 유족들과 아픔을 나누는 부활절 예배를 개최한다.

4월 2일 전남 진도의 석교삼거리에서 팽목항까지 침묵 도보 행진 뒤 팽목항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의 발을 씻기는 세족 행사를 진행한다. 4월 3일 오전 9시 반에는 팽목항과 세월호 침몰 지점에서의 선상 예배를 동시에 갖는다. 부활절 당일 새벽에는 서울 용산구 중앙루터교회에서 가입 교단을 중심으로 한 예배를 진행한다. NCCK 총무인 김영주 목사는 25일 “세월호 참사 1주년이 다가오는 시점에서 부활이 희망이라고 한다면 아픈 기억을 뛰어넘어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을 했다”며 “이런 논의 속에서 부활절맞이 행사 테마를 세월호로 정했다”고 밝혔다.

보수 성향의 한기총은 4월 5일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 본당에서 일본군 위안부, 장애인, 다문화 가정, 북한이탈주민 가정을 위한 한국교회 부활절 특별감사예배를 연다.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이자 한기총 대표회장인 이영훈 목사는 “소외된 계층을 돌아보고 섬기겠다는 차원에서 이들을 위한 부활절 예배를 갖기로 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 예배에서 모인 헌금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장애인, 다문화 가정, 북한이탈주민 가정에 전달된다. 한기총 명예회장인 박종순 충신교회 원로목사가 섬김과 나눔을 주제로 열리는 부활절 예배에서 설교를 맡았다.

이에 앞서 한기총은 부활절 결의문에서 “부활의 기쁨과 소망을 가지고 땅 끝까지 이르러 주님의 증인이 될 것을 다짐하며 복음을 전파할 뿐 아니라 복음의 삶을 살 것”을 결의했다.

협의체를 뺀 교단들이 중심이 된 ‘2015년 부활절연합예배 준비위원회’는 다음 달 5일 오후 3시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광복 70주년의 의미를 담아 ‘화해와 통일’을 기원하는 예배를 개최한다. 선교 130주년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기독교대한감리회는 같은 날 오후 3시 인천항에서 열리는 아펜젤러와 스크랜턴 선교사 입항기념식에 이어 오후 4시 인천 내리교회에서 예배를 갖는다.

예배 추진 단체와 주요 교단들은 대외적으로 단체와 교단의 성격에 맞게 행사를 진행한다고 밝혔지만 4곳의 부활절 예배는 교계의 고질적인 분열이 더욱 심화됐음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개신교계는 일치의 상징으로 연합예배를 치러왔지만 NCCK와 한기총, 주요 교단의 갈등으로 2012년부터 따로 행사를 치러왔다.

개신교계의 한 중견 목사는 “성향이 근본적으로 다른 단체들이 함께 하면서 행사가 물량 위주로 흐르고 정치적 발언이 돌출하는 등 연합예배의 문제점이 적지 않았다”며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면 당분간 연합예배는 힘든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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