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나 스쿠차 수녀 “노래는 하느님의 선물… 기도의 힘으로 불러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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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의 ‘시스터 액트’ 크리스티나 스쿠차 수녀 e메일 인터뷰
2014년 3월 TV오디션 프로 우승… 최근 마돈나 곡 리메이크 첫 싱글 내
“내 목소리 들은 사람들이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 들도록 늘 기도”

가장 좋아하는 록 밴드로 브라질의 로자 지 사롱(Rosa de Saron)을 꼽은 이탈리아의 ‘노래하는 수녀’ 시스터 크리스티나는 ‘리듬감이 좋던데 혹시 랩도 하느냐’는 질문에 “우와! 해본 적은 없지만 칭찬을 받고 나니 한번 해보고 싶어진다”고 답하며 웃었다. 유니버설뮤직 제공
가장 좋아하는 록 밴드로 브라질의 로자 지 사롱(Rosa de Saron)을 꼽은 이탈리아의 ‘노래하는 수녀’ 시스터 크리스티나는 ‘리듬감이 좋던데 혹시 랩도 하느냐’는 질문에 “우와! 해본 적은 없지만 칭찬을 받고 나니 한번 해보고 싶어진다”고 답하며 웃었다. 유니버설뮤직 제공
《 이건 반드시 영화로 만들어질 스토리다. 크리스티나 스쿠차(26)는 1988년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에서 태어났다. 사춘기 시절 가수를 꿈꿨지만 가톨릭교회의 엄격한 규율에 염증을 느껴 신을 원망하기도 했다. 그는 2008년 우르술라 수녀회 창립자인 로사 로쿠조 수녀를 기리는 뮤지컬에서 어린 로쿠조 역을 맡는다. 공연은 교황이 보는 가운데 바티칸 광장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스쿠차는 리허설 도중 발목을 다쳐 본무대에 오르지 못한다. 신이 자신에게 원하는 게 무엇인지 고민한 끝에 스쿠차는 삶을 통째로 바치기로 결심하고 우르술라 수녀회 수녀가 된다. 2년의 브라질 파견 기간 중 그곳 불우 아동들에게 노래를 불러주다가 음악과 신앙 중 하나만을 택할 필요는 없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

2014년 3월, 스쿠차는 TV 오디션 프로그램 ‘보이스 이탈리아’에 검은 수녀복을 입고 십자가 목걸이를 건 채 참가한다. 그가 TV에서 팝스타 얼리샤 키스의 히트 곡 ‘노 원’을 폭발적으로 부르는 영상은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며 유튜브 조회 수 6000만 건을 넘긴다. 신디 로퍼, 본 조비의 노래를 부르며 경쟁자들을 하나씩 제친 스쿠차는 결국 최종 우승자로 호명된다. 부상은 유니버설뮤직을 통한 전 세계 앨범 발매. 그는 첫 싱글(사진)로 마돈나의 ‘라이크 어 버진’을 재해석했다.

세계 미디어는 “영화 ‘시스터 액트’가 현실세계에 나타났다”며 흥분했다. 이달 24일 바티칸에서 열리는 프란치스코 교황 주최 크리스마스 콘서트에서 노래하는 크리스티나 수녀를 한국 미디어 중 독점으로 e메일 인터뷰했다. ‘팝(pop) 아이돌’ 대신 ‘포프(pope·교황) 아이돌’이라 불리는 그는 ‘:)’ 같은 이모티콘을 즐겨 썼고 “모든 게 하느님의 뜻”이라며 겸양했다.

―지금 답장을 쓰는 곳은 어디입니까.


“밀라노의 람브라테에 있는 수녀원입니다. 수많은 건물에 둘러싸여 도시 냄새가 물씬 나는 곳이지요. 매일 아이들을 유아원에 데려오는 70명의 부모를 맞이하고 수업에 늦지 않기 위해 아침 일찍 허겁지겁 기숙사를 나서는 여대생들을 보살핍니다. 이번에 제게 새로운 임무가 주어졌습니다. 노래를 통해 하느님을 증거하는 일입니다. 개인 기도와 공동 기도 시간 외에 노래 연습을 할 시간도 제게 허락되고 있습니다.”

―‘보이스 이탈리아’에서 우승자로 발표될 때 기분이 어땠나요.

“하느님께서 혁명적인 일을 이루신 것을 보고 제 자신이 한없이 작게 느껴졌습니다.”

―무대 위에서 많이 긴장하는 편인가요. 긴장을 푸는 법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저의 진정제는 성령이십니다.”

―노래를 잘하게 해달라고 기도한 적이 있나요.

“아뇨. 다만, 제 목소리가 사람들 가슴속에 들어가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일깨울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합니다.”

―노래에서 고음을 부르거나 비브라토(떨기 창법)를 할 때도 종교 활동에서와 비슷한 영적 충만감을 느끼나요.

“고음을 노래할 때 어떤 힘이 제 안에서 솟아올라 저를 자유롭게 하는 것을 느껴요. 저와 함께하는 수녀님들을 위해 지극한 정성과 사랑으로 음식을 준비할 때와 같은 느낌입니다. :) 기도를 통한 정화가 주는 힘으로 저는 노래합니다.”

―이탈리아의 대중음악 시장은 어떤가요. 젊은이들은 성당에 많이 다니나요.

“이탈리아 대중은 팝음악을 사랑합니다. 더 많은 젊은이들을 성당에 오게 하기 위해 젊은이들과 기도할 때 팝음악으로 시작합니다. 사람들은 사회의 변화에 발맞춰 걸어가는 종교를 원한다고 믿습니다.”

―팝음악이 수도 생활, 영적 성장에 방해가 되지는 않을까요? 야한 뮤직비디오나 가사도 많은데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하시나요.

“우리는 에로티시즘이 지배하는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습니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도피하지 말고 맞서 기도하라고 하십니다. 중요한 것은 겉으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순수한 영혼입니다.”

―‘처음부터 가수가 될걸’ 하고 후회한 적은 없나요.

“없습니다. 하느님의 부름은 이 세상의 어떠한 유혹보다 더 강하기 때문입니다.”

―안경과 검은 수녀복을 벗고 예쁘고 화려한 옷을 입고 노래하고픈 욕심이 들 때는요?

“예전에 예쁜 옷을 입고 노래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하느님께서 기쁨이란 옷을 제게 입혀주셨습니다. 하느님의 빛으로 제 얼굴을 화장해 주셨습니다.”

―앞으로도 수도 생활과 가수 생활을 병행할 생각인가요.

“하느님께 바친 저의 삶이 하느님께서 제게 주신 가장 큰 선물임을 확신하고 있습니다. 노래 또한 하느님을 증거하라고 제게 주신 선물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으로 나가 말씀을 전하라고 하셨습니다.”

―가수로서, 인간으로서, 성직자로서 꿈은 뭔가요.

“신의 뜻에 항상 순종하는 것입니다.”

―살면서 이번 우승을 빼고 가장 가슴 벅찼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수녀가 된 날이 제 생애를 통틀어 가장 중요하고 가장 설레던 날이었습니다.”

시스터 크리스티나가 재해석한 원곡의 표지들. 왼쪽부터 ‘라이크 어 버진’ ‘프라이스 태그’ ‘노 원’ ‘트루 컬러스’(신디 로퍼).
시스터 크리스티나가 재해석한 원곡의 표지들. 왼쪽부터 ‘라이크 어 버진’ ‘프라이스 태그’ ‘노 원’ ‘트루 컬러스’(신디 로퍼).
▼‘라이크 어 버진’은 성령을 잉태한 성모 마리아▼

‘시스터 크리스티나’ 앨범 들어보니
팝 가사 속 ‘you’에 神을 대입하면 세속의 노래에서 성가로 변신
“모든 곡에 내 자신의 이야기 담겨”


크리스티나 수녀가 지난달 낸 앨범 ‘시스터 크리스티나’는 그가 ‘보이스 이탈리아’에서 보여준 특유의 폐활량과 폭발적인 고음이 돋보이는 팝 음반이다.

크리스티나 수녀는 마돈나, 콜드플레이, 얼리샤 키스, 신디 로퍼, 제시 제이, 듀란듀란의 히트 곡을 다시 불렀다. 그는 다양한 선곡의 배경에 대해 “내 음악적인 취향과 가사의 의미가 기준이 됐다. 모든 곡에 내 자신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마이클 잭슨, 스팅, 마돈나, 에릭 클랩턴, 엘턴 존 같은 거물과 작업한 비니 콜라이우타(드럼), 팀 피어스(기타)를 비롯한 일류 뮤지션들이 연주를 도맡았다. 콜드플레이의 ‘픽스 유’에 오르간 대신 성가대 합창 같은 코러스를 넣는 식으로 변화를 줬다.

팝 가사 속 ‘당신’ ‘그대’ ‘그 남자’에 신이나 신자를 대입하면 또 다른 뜻이 드러난다. ‘라이크 어 버진’의 후렴구는 ‘숫처녀(virgin)처럼… 당신의 심장이 내 심장 옆에서 뛰면…’인데, 숫처녀나 숫총각을 뜻하는 영어 ‘버진’에서 ‘v’를 대문자(Virgin)로 바꾸면 성모마리아를 뜻한다. 크리스티나 수녀는 “신생아가 엄마 품에 처음 안길 때, 그건 산모와 아기 모두에게 삶이 바뀌는 순간”이라면서 “우리 삶을 완전히 바꾸는 순간에 바치는 노래”라고 설명했다.

‘비가 쏟아 붓거나/마음이 다쳐도/당신이 늘 곁에 있을 거란 걸/난 잘 알아요.’(‘노 원’) ‘빛이 당신을 집까지 이끌어줄 거야… 내가 당신을 만져줄게.’(‘픽스 유’) 같은 가사는 그 자체로 종교적이다.

‘돈으론 행복을 살 수 없는데/우리 모두 속도를 낮추고 현재를 즐기면 안돼?’ 하고 노래하는 ‘프라이스 태그’(제시 제이)를 소개하며 크리스티나 수녀는 누가복음 9장 25절(‘사람이 만일 온 천하를 얻고도 자기를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리오’)을 인용했다.

크리스티나 수녀는 직접 작사·작곡에 참여한 신곡 ‘폴린 프리’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불은 켜지 않고/밤을 그대로 내달렸지./떠오르는 태양이 내가 지나온 자취를 보여줄 테니까.’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크리스티나 스쿠차 수녀#시스터 액트#마돈나 리메이크#보이스 이탈리아#라이크 어 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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