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홍 스님 “이 시대 불교의 역할은 중생의 고통을 끌어안는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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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주년 맞는 ‘佛光 운동’ 본산… 서울 불광사 회주 지홍 스님

불광사 대웅전 앞의 지홍 스님. 별명이 있느냐고 묻자 스님은 “뭐, 내가 워낙 무덤덤, 고지식해서 그런 것 없다”며 웃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불광사 대웅전 앞의 지홍 스님. 별명이 있느냐고 묻자 스님은 “뭐, 내가 워낙 무덤덤, 고지식해서 그런 것 없다”며 웃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 아무로 몰랐다. 초록색 표지의 작은 잡지가 불교 현대화와 대중화의 큰 씨앗이 되리라는 것을.도심포교의 선구자로 불리는 광덕 스님(1927∼1999)은 1974년 11월 잡지 ‘불광(佛光·사진)’을 창간했다. 몇몇 도반의 손을 빌리긴 했지만 스님이 글을 쓰고 편집한 ‘1인 잡지’에 가까웠다. 불광의 창간은 사찰을 중심으로 스님들의 법문에 의지하던 당시 불교 포교에서 볼 때 획기적인 변화였다. 스님이 뿌린 이 씨앗은 불광법회로 이어졌고, 다시 1979년 불광출판사 설립과 1982년 최초의 도심 포교당 불광사 창건으로 꽃을 피웠다. 4일 서울 송파구 백제고분로 불광사에서 광덕 스님의 상좌로 불광 운동을 계승해온 회주 지홍 스님(62)을 만났다. 》

―불광 운동이 40년을 맞는다.

“1970년대 중반은 불교의 관점에서 볼 때 매우 어려운 시기였다. 조선의 유교 문화와 광복 이후 개신교 확산으로 불교는 암흑기를 맞았다. 큰 위기의식을 느낀 은사는 불교가 본 모습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잡지 창간이 그 출발점이었다.”

―불광 운동의 의미는 어떻게 평가하나.

“불광이 내건 목표는 ‘불교의 현대화 생활화 대중화’였다. 잡지가 다시 자발적인 법회로 이어졌다. 1975년 10월 서울 종로 대각사에서 열린 법회에 직장인 중심으로 43명이 참석했다. 지금 불광사 신도가 1만 가구인 만큼 적지 않게 성장했다.”

출가 초기 지홍 스님(왼쪽)과 은사 광덕 스님. 불광사 제공
출가 초기 지홍 스님(왼쪽)과 은사 광덕 스님. 불광사 제공
불광사는 불광 창간 40주년을 기념해 14일부터 매주 일요일 대표적 선승인 고우, 혜국, 지환, 무여 스님을 초청한 법회를 개최한다.

지홍 스님은 1971년부터 88년까지 은사를 시봉(侍奉·스승을 모시는 것)했다. 그럼에도 그의 기억에 광덕 스님은 항상 엄격하고 철저했던 스승으로 남아 있다.

―18년, 최장 시봉 아닐까.

“공식 기록은 없지만 그렇지 않을까. (웃음) 17세 때 범어사로 은사를 찾아갔다. 그런데 ‘상좌 필요 없다’고 말하는데 찬바람이 쌩쌩 났다. 강원에서 교육받다 시봉할 사람 없다고 해서 찾아갔더니 ‘시봉 필요 없다’고 하더라. 흐흐, 그런데 18년 모셨으니.”

―그래도 18년을 어떻게….

“뭐, 결국 쫓겨났다. 1987년 유력자의 어머니가 불광사에 왔는데 잘 모시지 못했다는 소리 듣고 다른 곳으로 떠났다. 덕분에 광명에 금강정사를 창건했고 홀로서기에 들어갔다.”

―결국 다른 상좌들이 아니라 스님이 불광사를 지키고 있다.

“못생긴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고 하지 않나.(웃음)”

―앞으로 불광 운동의 방향은….

“당시와는 시대가 달라졌다. 이제는 사회 윤리적 입장에서 불교가 정의를 실천해야 한다. 현 시대 중생들의 고통을 끌어안는 역할이 중요하다.”

―그럼, 세월호 참사를 포함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물론 세월호 문제는 진상규명과 함께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대처해야 한다. 종교계가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그럴 경우 다른 세력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다니는 경우가 많다. 이래서는 안 된다. 더디지만 물질이 아닌 생명 위주의 가치를 존중하도록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가는 것이 근본적 해법이다.”

―좋아하는 말은….


“그런 말 별로 없다. 참, 내 통장에는 돈이 없다. 불사나 다른 분들 돕는 데 썼다. 마음을 비우는 공심(空心)을 갖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잘 사는 길이다. 스님이나 일반인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야 앞으로 살 수 있는 길이 보인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불광#불광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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