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쟁이 낙인 찍히고도… 조상들, 결코 신앙 놓지 않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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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종-약용 후손 규혁-호영 씨, 자손 대표단으로 시복미사 참석

한국 가톨릭 초기 순교자 정약종의 후손인 정규혁(왼쪽) 정호영 씨. 이들은 8월 16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리는 시복식에 순교자 후손 대표단으로 참석한다. 천주교주교회의 제공
한국 가톨릭 초기 순교자 정약종의 후손인 정규혁(왼쪽) 정호영 씨. 이들은 8월 16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리는 시복식에 순교자 후손 대표단으로 참석한다. 천주교주교회의 제공
30일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의 천주교 마재성지. 이곳은 한국 가톨릭 초기 순교자인 정약종과 그의 형제들이 살았던 생가터에 들어서 있다.

이 가문의 후손인 정규혁(88) 호영(54) 씨에게 8월 16일은 뜻깊은 날이다. 이들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하는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 시복미사에 후손 대표단으로 참석한다.

특히 이번 시복식에서 둘째아들 철상과 함께 복자로 선포되는 정약종은 1984년 시성된 부인 유조이, 큰아들 하상, 딸 정혜까지 일가족 5명이 모두 순교했다. 규혁 씨는 정약종의 방계 4대손, 호영 씨는 정약용의 직계 장손이다.

아버지가 옛 경기도 광주 목사로 부임하면서 이곳에 자리 잡은 나주 정씨 집안은 천주교와 깊은 인연을 맺는다. 4형제 가운데 맏이 약현만 빼고 약전과 약종, 약용은 모두 가톨릭 신앙을 갖게 됐다. 이 형제들은 마테오 리치의 ‘천주실의’를 읽고 감명 받아 천주교 신앙을 고백했다고 한다.

정씨 집안의 신앙을 기리기 위해 조성된 마재성지를 30년 동안 지켜온 규혁 씨는 “조상들은 ‘천주쟁이’라는 낙인이 찍히고도 결코 신앙을 놓지 않았다”며 “어머니나 할머니들은 한겨울에도 매일 새벽 얼음을 깨고 찬물로 몸을 정결하게 한 뒤 아침기도를 올렸다”고 말했다. 호영 씨는 “시복식과 교황 방한이 신앙을 떠나 개인과 우리 사회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정규혁#정호영#프란치스코 교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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