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오신날]통일신라 때 시작된 연등… 서울에만 5만개 밝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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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등의 유래

현대 연등은 테마도 다양해졌다. 대한불교조계종 제공
현대 연등은 테마도 다양해졌다. 대한불교조계종 제공
부처님오신날을 즈음해 서울 시내는 5만여 개의 등이 불을 밝힌다. 연등은 부처님오신날의 꽃이다.

우리나라 연등의 역사는 통일신라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국유사에는 신라 경문왕 6년(866년) 정월 15일과 진성여왕 4년(890년) 정월 15일에 왕이 황룡사로 행차해 연등을 간등(看燈·연등을 보며 마음을 밝히는 것)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불교가 국교였던 고려시대에는 연등행사가 국가 행사로 치러졌다. 고려사에 따르면 연등회는 정월 15일과 2월 15일에 행해졌다. 2월 연등회에서 왕이 지나는 길 양 옆에는 이틀 밤에 걸쳐서 3만 개의 등불을 밝혀 불빛이 낮과 같았다는 기록이 나온다. 연등을 구경하기 위해 수많은 백성이 거리로 쏟아졌으며 이날은 야간 통행금지도 해제됐다.

조선시대에는 억불숭유정책의 영향으로 국가가 주관하는 연등회는 중지됐지만 민간의 사월 초파일 연등회는 더욱 성행했다. ‘동국세시기’ 등에 따르면 부처님오신날이 가까워지면 집집마다 장대를 세우고 수십 개의 등을 달았다. 조선 후기에는 등을 종이나 비단으로 바르기도 했으며, 수박등 마늘등 학등 잉어등처럼 다양한 형태의 등이 등장했다.

흥부전을 테마로 만든 연등. 대한불교조계종 제공
흥부전을 테마로 만든 연등. 대한불교조계종 제공
현대식 연등회는 1955년에 시작됐다. 이때 조계사를 중심으로 선학원, 청룡사 등이 함께 등을 들고 제등 행렬을 이룬 것이 시원이 됐다. 1975년에는 부처님오신날이 공휴일로 지정돼 제등행렬 참여자가 대거 늘어났다.

본격적인 연등회가 열린 지 60년째인 올해는 시금치와 치자(梔子) 등을 염료로 이용한 천연 염색 한지 전통 등이 처음 등장한다. 지난해 선보였던 LED 연등도 더욱 늘어난다.

올해 연등회의 상징인 미륵사지 탑등은 제작에 5개월이나 걸렸다. 좌대 2m를 포함해 높이가 20m에 이르는 미륵사지 탑등은 전구식 형광램프 300여 개로 그 위용을 밝힌다.

탑등을 제작한 전영일공방의 전영일 대표는 “탑등의 뼈대는 스테인리스나 티타늄 등 갈수록 다양화하고 있지만, 등을 감싸는 한지는 다른 물질로는 그 은은함을 표현하기가 불가능하다. 탑등의 내구성을 위해 두꺼운 한지에 천을 덧대 만들었다”고 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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