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공소남닷컴] 달콤한 ‘악마의 유혹’ 거부할 수 있습니까?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2월 15일 05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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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해하고 불친절하다는 평가 속에서도 강렬한 개성과 독특한 세계관, 배우들의 열연에 힘입어 마니아 관객층을 양산하고 있는 뮤지컬 더데빌. 임병근(왼쪽)과 이충주는 빛과 어둠을 상징하는 X화이트, X블랙을 맡아 관객에게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을 던진다. 사진제공|알앤디웍스
난해하고 불친절하다는 평가 속에서도 강렬한 개성과 독특한 세계관, 배우들의 열연에 힘입어 마니아 관객층을 양산하고 있는 뮤지컬 더데빌. 임병근(왼쪽)과 이충주는 빛과 어둠을 상징하는 X화이트, X블랙을 맡아 관객에게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을 던진다. 사진제공|알앤디웍스
■ 뮤지컬 ‘더데빌’ 주인공 임병근 & 이충주

난해한 가사·파격 스토리로 화제
임 “선과 악의 선택 너무 힘든 일”
이 “작품 이해하는 데 땀 좀 흘렸죠”


“여러분은 악마의 존재를 믿으십니까”라는 기자의 카메라 오프닝 멘트에 임병근, 이충주 두 배우가 “크흡” 하고 웃음을 삼켰다. 두 사람은 요즘 뮤지컬 ‘더데빌(Devil·악마)’에 출연하고 있다.

빛과 어둠을 상징하는 X화이트(임병근), X블랙(이충주) 역이다. 2014년에 초연된 더데빌은 미국 월스트리트의 전도유망한 주식 브로커 존 파우스트와 그의 ‘가장 아름다운 존재’ 그레첸, 그리고 존을 사이에 두고 승부를 벌이는 빛과 어둠 혹은 천사와 악마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초연 때부터 낯선 양식, 난해한 가사, 파격적인 스토리로 “불친절하다”, “괴랄하다”는 평을 양산한 작품이다. 불친절하고, 난해하며 심지어 괴랄하기까지한 ‘더데빌’은 어느덧 재연을 넘어 삼연째 무대에 올려졌다.

강렬한 록비트의 음악도 멋지지만 이 작품의 진짜 백미는 가사에 있다.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명사들의 파편이 ‘불친절하게’ 뿌려진다. 예를 들어 ‘너는 나의 신전, 너는 나의 사과나무’라는 넘버의 대사는 무너지는 신전, 불타버린 사과나무, 흐려지는 세상이라는 식이다. 무너져가는 존의 모습을 보며 그레첸과 X화이트가 부르는 넘버다.

‘어둠의 통치시대’쯤으로 번역될 수 있는 ‘reign of darkness’도 만만치 않다. 임병근은 “이 넘버는 ‘더데빌’을 꿰뚫는 주제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빛과 어둠은 누가 정한 것인가. 이 둘은 사실 하나에서 태어난 것이라 볼 수 있다. 인간의 선택이라는 것도 그렇지 않을까”라고 했다.

배우에게 작품에 대한 이해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스스로 완벽하게 납득하고 이해하지 못하면 연기를 할 수 없다. ‘더데빌’은 배우들에게도 넘어야 할 산이 첩첩인 작품이다. 해석도 분분할 수밖에 없다.

(이충주) 어느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작품이 엄청 달라질 수 있다. 그걸 맞추는 데에 시간이 좀 걸렸다. 나머지 잔가지는 배우들의 개인기량에 맡긴다.”

“그래서 결국 이 승부의 승자는 누구입니까”라는 질문에 두 사람이 ㅎㅎㅎ 웃었다. 스토리상으로는 X화이트의 승리. 하지만 관객으로서는 “정말 이긴 거 맞아?” 하고 고개를 기울이게 된다. 정해진 답은 없다. 관객의 ‘숙제’라고 생각했는데, 임병근은 ‘몫’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의무이자 권리다. 이충주는 “화이트를 할 때 나는 이겼다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현재의 화이트인 임병근은 “맞아. 그랬다”고 맞장구를 쳤다. 두 사람은 블랙과 화이트를 최근 교체해 연기 중이다.

이 작품은 결국 관객에게 “당신이라면 (악마의 유혹을) 거부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묻는다. 무대 위의 질문자들에게 질문을 고스란히 되돌려주었다.

(임병근) 굉장히 큰 질문인데, 솔직히 거부 못 할 것 같다. 결국 이 작품의 메시지도 욕망과 쾌락이고. 이것이 결코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충주) 거부 못 하죠. 후후”

(기자) 3 대 빵이로군요.”

‘거부할 수 없는 뮤지컬’ 더데빌은 서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3월17일까지 막을 올린다. 임병근은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보시고 그래도 이해 안 되면 세 번, 네 번, 다섯 번 보시라”고 했다. 그렇다. 이래도 이해가 안 되면 댓글을 다시라. 다섯 번쯤 봤다면 아마 배우가 직접 답글을 달아 드릴지 모른다.

◆ 임병근, 이충주 배우의 인터뷰 영상은 네이버TV, 동아닷컴 VODA, 유튜브 ‘스타저장소’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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