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얄밉고 더 유치하게” 속물 케미 뿜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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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대학살의 신’에서 부부로 호흡 맞추는 남경주-최정원
믿고 보는 뮤지컬계 터줏대감들… “연극은 배우의 성장에 큰 도움”

연극 ‘대학살의 신’에서 부부로 호흡을 맞추는 남경주, 최정원 배우가 서울 서초동 연습실에서 실제 작품에 쓰이는 소파에 앉아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연극 ‘대학살의 신’에서 부부로 호흡을 맞추는 남경주, 최정원 배우가 서울 서초동 연습실에서 실제 작품에 쓰이는 소파에 앉아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저도 알랭의 속물 같은 모습이 싫어요. 하지만 관객들도 유치한 말장난을 벌이는 어른들의 모습을 보면 언젠가 겪었던 일처럼 공감하실걸요?”

연극 ‘대학살의 신’에서 권위적인 속물 변호사 알랭을 맡은 남경주(55)는 어떻게 하면 관객에게 더 얄밉게 보일지 고민한다고 털어놨다. 알랭의 아내 아네트를 연기하는 최정원(50)도 “고상하면서도 위선적인 모습을 표현하는 일이 쉽진 않지만, 살아보지 않은 누군가의 인생을 연기하고 전달하는 게 연기의 재미”라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한 연습실에서 지난달 24일 만난 두 배우는 서로 조언하고 토론에도 열을 올리며 ‘속물 부부 케미’를 뿜어냈다.

동명의 영화를 각색한 이 작품은 한 가정집에서 네 배우가 나누는 대화로 채워진다. 자녀들 간의 싸움 때문에 모인 알랭, 아네트 부부와 미셸(송일국), 베로니크(이지하) 부부는 초반에는 고상하게 화해를 시도한다. 하지만 서로의 말에 기분이 상한 이들은 어느덧 부부끼리, 때론 상대 배우자와 의기투합해 유치한 말싸움을 벌인다. 숨겨 왔던 이기적 본성을 유감없이 드러내는 게 포인트다.

최정원은 “제목인 대학살만큼이나 사람들은 남에게 많은 상처를 주고 산다”며 “자기 자식이 잘났다고 싸우는 부모와 이를 보고 자란 아이들도 결국 어른과 똑같아진다는 점을 꼬집는다”고 말했다. 남경주는 “대학살이 별다른 게 아니라 분별력 있는 성인들이 상대를 정신적으로 짓밟고 폭행하는 행위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뮤지컬계 터줏대감으로, ‘믿고 보는 배우’인 둘은 서로를 너무나 잘 알고 연극에 대한 애정도 크기에 주저 없이 함께하는 작품을 택했다. 최정원은 “연극은 지적 탐구에 대한 즐거움을 주고 배우로서 성장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뮤지컬 배우로 살면서도 연극은 놓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경주는 “연극은 작가가 깊은 주제의식을 갖고 집필하기 때문에 연기하며 배우는 즐거움이 있다”며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도 끝나면 보람을 진하게 느낀다”고 설명했다.

2017년 초연에 비해 캐릭터의 격정보다는 이성에 초점을 맞췄다. 작품의 주제의식이 차분한 어조에서 더 부각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남경주는 “더 속물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해 마구 소리치는 모습보다는 차분해지기로 했다”고 말했다. 최정원은 “초연 때 화를 많이 냈다면 이번에는 좀 더 논리적으로 대사를 뱉는 느낌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둘은 서로에 대한 깊은 신뢰를 나타냈다.

“남경주 선배는 연습 시간에 한 번도 늦은 적이 없어요. 연기에 대한 선배의 무한한 애정과 존경심을 배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답니다.”(최정원)

“최정원 씨의 장점은 열정이에요. 무대를 장악하는 에너지와 자존감 높은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절로 힘이 난다니까요.”(남경주)

3월 24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4만∼6만 원.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대학살의 신#남경주#최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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