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공소남닷컴] 연기휴업! 순창이 순창으로 간 까닭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1월 25일 05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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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으로 내려가 사회적 농장을 조성하겠다는 포부를 안고 잠정적 연기휴업을 선언한 조순창. 사진|윤종혁 PD jh-yoon@donga.com
고향으로 내려가 사회적 농장을 조성하겠다는 포부를 안고 잠정적 연기휴업을 선언한 조순창. 사진|윤종혁 PD jh-yoon@donga.com
■ 뮤지컬배우 조순창

자폐 막내아들을 위해 커피사업 시작
약자들 위한 사회적 농장 제2 꿈으로
“언젠간 가족과 세계 케어팜 투어 할 것”


“서울생활을 정리하고 제가 나고 자란 시골로 내려갑니다. 20년간의 공연생활은 잠시 멈춰두고 다녀오겠습니다.”

1월1일 새해 첫날. 뮤지컬배우 조순창(39)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은 동료배우들과 팬들에게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2000년 뮤지컬 ‘모스키토’로 데뷔한 그는 ‘노트르담 드 파리’, ‘삼총사’, ‘몬테크리스토’, ‘햄릿’, ‘조로’, ‘잭더리퍼’ 등 대작 뮤지컬에 출연하며 선이 굵고 개성있는 연기, 매력적인 허스키 음색으로 팬들을 사로잡아왔다.

현재는 뮤지컬 ‘풍월주’에서 ‘운장’ 역으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잘나가던 뮤지컬배우가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시골’로 내려가겠다는 사연이 궁금했다. 서울 암사동에 있는 사무실 겸 공장(?)에서 조순창을 만났다. “이렇게 빨리 찾아오실 줄 몰랐다”며 겸연쩍은 얼굴로 기자를 맞이했다.

조순창이 말한 ‘시골’은 그의 고향인 전라북도 순창군이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그의 이름은 고향 순창군에서 따왔다.

“3년 전부터 배우활동 외에 커피사업을 하고 있다. 준비기간까지 하면 4년쯤 된다.”

조순창은 ‘커피노키오’라는 더치커피 업체를 아내 김지선(33)씨와 함께 운영하고 있다. 직접 커피제품을 생산하고 유통까지 맡는다. 그가 커피사업을 시작하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나는 아이가 셋이라 ‘다산 뮤지컬배우’로 불린다.(웃음) 그런데 막내아들(조현상)이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 자폐성 장애를 갖고 있다. 두 살 때 처음 알았고, 지금 여덟 살이 됐다.”

처음에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고 했다. 무대에 서기도 어려웠다. 모든 것이 고통스러웠다. 그가 “도망가지 않겠다”라고 결심하기까지는 2년이란 시간이 필요했다.

뮤지컬배우 조순창. 사진|윤종혁 PD jh-yoon@donga.com
뮤지컬배우 조순창. 사진|윤종혁 PD jh-yoon@donga.com

현상이가 자라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생각해낸 것이 커피사업이었다. 사회적 약자들이 자립을 위해 소규모 창업을 하기에도 적당한 아이템이라고 보았다. 조순창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기로 했다.

“현상이 같은 장애를 가진 아이들에게는 바다와 산이 있는 자연이 치유를 위한 최고의 환경이라고 하더라. 사례를 조사해 봤는데 이런 아이들이 사회적 자립을 할 수 있는 공간들이 해외에는 많이 있었다.”

대표적인 예가 유럽의 케어팜이었다. 발달장애인, 치매노인과 같은 사람들이 일반인들과 함께 농작물을 생산하고 가공해서 판매까지 하는, 순환을 할 수 있는 농장이다.

조순창이 고향으로 내려가는 이유는 그곳에 케어팜과 같은 사회적 농장을 조성하기 위해서이다. 커피원두를 재배하고 더치커피를 생산해 판매하는 장이자 카페, 체험학습 등을 통해 약자들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창이다. 그는 이 농장을 ‘6차산업형 사회적 농장’이라고 불렀다.

이 꿈을 이루기 위해 조순창은 서울과 순창을 부지런히 오가며 계획을 착착 진행시키고 있다. 집과 공연장만 오가던 그는 요즘 군청, 농업기술센터, 귀농센터 관계자들을 만나느라 시간을 쪼개야 한다.

조순창은 “농장이 만들어지면 35인승 버스를 개조해서 가족과 함께 농장을 알리기 위한 세계 케어팜 투어를 하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씨앗이 싹을 틔우고 자라 나무가 되고, 수확한 열매는 분리 및 가공과 로스팅을 거쳐야 비로소 한 잔의 커피를 위한 원두가 된다. 아픔으로 시작되었지만 장애아들에 대한 아빠의 사랑은 싹과 꽃을 피우고 이제 나무로 쑥쑥 자라고 있다. 그의 꿈이 붉은 열매로 풍성하게 영글게 되길 바란다. 서운하지만, 응원한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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