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묵화 느낌 물씬… 한복 입은 ‘로미오와 줄리엣’ 온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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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석 연출… 25일부터 무대에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한복을 입은 두 주인공이 사랑을 속삭이고 있다. 극단 목화 제공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한복을 입은 두 주인공이 사랑을 속삭이고 있다. 극단 목화 제공
한국적 색채가 듬뿍 묻어나는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이 온다.

오태석 극작가 겸 연출가(77)가 각색하고 연출한 이 작품은 25일부터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른다.

올해는 그가 등단한 지 50주년이 되는 해다. 1995년 초연한 그의 ‘로미오…’는 우리말의 운율을 살린 노래 같은 대사에 청사초롱, 풍물, 한국적 몸짓 등을 더해 셰익스피어의 대표작을 한국적인 미학으로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원작과 달리 로미오와 줄리엣이 죽고 난 뒤에도 두 집안이 화해하지 않고 더 큰 원한에 휩싸이며 칼부림을 벌이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이 작품은 영국을 비롯해 세계 여러 나라에서 공연되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번 무대는 이전보다 더 단순해지고 수묵화 같은 느낌이 강조됐다. 오 씨는 “대사를 구어체로 더 간결하게 표현했다. 기와도 청색에서 검은색으로 바꾸고 의상은 하얀 모시를 많이 사용해 한 폭의 동양화처럼 그렸다”고 말했다. 주렁주렁 많았던 장식을 긁어내는 마음으로 손질했다는 것. 배우들의 움직임은 더 밝아지고 역동성이 강화됐다.

그는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자는 생각에 이 작품을 다시 올린다고 했다. “‘로미오…’에서는 정확한 이유도 모른 채 싸우다 젊은이들이 줄줄이 죽어 나가잖아요. 한국도 마찬가지예요. 분단 상황은 70년이 흘러도 변함이 없고, 한국 내부도 분열되고 서로 반목하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이 에너지를 마음껏 발산하는 걸 막아버리는 사회 구조가 너무나 안타까워요.”

그는 작품을 통해 우리 민족이 환하고 은근한 아름다움과 힘을 가졌다는 점을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신호 정지영 정진각 송영광 등 출연. 25일∼6월 18일. 2만∼3만 원. 1644-2003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오태석#로미오와 줄리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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