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소설 ‘현의 노래’, 국악극으로 다시 태어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9일 03시 00분


코멘트

국립국악원, 11월 10일 초연

다음 달 10일 첫선을 보이는 국악극 ‘현의 노래’. 국립국악원 제공
다음 달 10일 첫선을 보이는 국악극 ‘현의 노래’. 국립국악원 제공
  ‘2003년 1월부터 10월까지 나는 가끔씩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안의 악기박물관을 기웃거리면서 소일하였다. … 그 악기들의 내면의 맹렬한 적막에 관하여 쓰기로 작정을 하고…. 그러나 들리지 않는 적막을 어찌 말로 옮길 수 있었겠는가.’

 소설가 김훈의 2004년 작품 ‘현의 노래’의 서문 일부다. 작가가 말로 옮기지 못한 ‘적막’이 그에게 영감을 준 그곳에서 13년 만에 소리와 몸짓이 돼 깨어난다.

 소설을 각색한 국악극 ‘현의 노래’가 다음 달 10∼20일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초연된다.

 “이 원작을 무대화한다는 것은 참 미친 짓이다.”

 18일 오전 국악원에서 만난 이병훈 연출가의 첫마디다. 그는 1989년 동아연극상, 2008년 대한민국 연극대상을 받은 연극 연출의 베테랑이다. “소설에 쓰인 언어가 유려하고 상상에서만 가능한 특별함이 있다. 서양식 뮤지컬 같은 형식으로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음악을 중심에 둔 오라토리오 형태의 새로운 국악극을 실험해 보기로 했다.”

 김해숙 국립국악원장은 “김훈 작가와 1년여 동안 교류하며 작품을 준비했다. 그는 소설에서 자세히 다루지 못한 음악 부분을 국악원에서 다뤄줬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류형선 음악감독도 이 연출가처럼 원작의 강렬한 언어에 부닥쳐 고심이 깊었다. “내 나름대로 해석해 가사를 다시 썼고 ‘현의 노래’인 만큼 가야금 중심으로 관현악단을 꾸렸다.” 가야금병창 전공자 6명을 ‘현녀(絃女)’로 배치해 우륵과 함께 음악을 연주하거나 그의 고뇌를 다독이는 역할로 삼았다. 고대 그리스 극 속 코러스처럼 활용한 것이다.

 오디션을 거쳐 주연인 우륵 역은 실제 가야금 연주자인 김형섭(국악원 정악단원), 궁녀인 아라 역은 춤꾼 이하경(국악원 무용단원)이 맡았다. ‘모차르트’ ‘지킬앤하이드’에 출연한 뮤지컬 배우 김태문이 우륵의 제자 니문 역을 맡았다.

 이날 배우들은 무대에서 6분여 동안 작품 일부를 시연했다. 내레이션, 가야금병창, 가야금독주, 독무가 어우러졌지만 작품 전체의 완성도나 분위기를 엿보기에는 부족한 시간이었다. 가야금 연주자가 직접 선보인 우륵의 연주가 객석을 끌어당겼다면 노래 전공자가 아닌 두 배우의 가창은 다소 단조로웠다.

 김형섭은 “대단한 기량을 가진 노래보다 설익고 담담한 가창이 원작의 메마른 정서와 텍스트를 전달하는 데 더 효과적일 것이라는 제작진의 이야기를 듣고 용기를 얻었다”고 했다. www.gugak.go.kr, 02-580-3300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김현#국립국악원#현의 노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