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빈 “에너지 고갈될 때마다 무대 갈증 강하게 느겨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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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프라이드’로 무대 돌아온 배수빈

최근 서울 대학로 수현재씨어터 인근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배수빈은 “연극 무대에 서면 늘 무언가 에너지를 얻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최근 서울 대학로 수현재씨어터 인근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배수빈은 “연극 무대에 서면 늘 무언가 에너지를 얻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연기의 부족함을 느낄 때마다 연극 무대를 찾게 되네요.”

인기 드라마 ‘주몽’ ‘동이’ ‘찬란한 유산’ ‘비밀’ 등에서 얼굴을 알려온 배우 배수빈(39)이 2년 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왔다. 현재 서울 대학로에서 공연 중인 연극 ‘프라이드’의 주인공 필립 역을 맡은 것. 그는 2007년 연극 ‘다리퐁 모단걸’로 처음 무대에 오른 뒤 2010년 연극 ‘이상 12월 12일’, 2013년 ‘광해 왕이 된 남자’에 출연했다.

그는 “배우로서 지금이 연극 무대에 다시 올라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친분이 두터운 허지혜 연극열전 대표에게 무작정 전화를 걸어 “공연이 너무 하고 싶으니 작품 좀 달라”고 졸랐다. 연극열전은 마침 준비 중이던 연극 ‘프라이드’ 출연을 제안했고 배수빈은 1초의 고민도 없이 출연을 결심했다. 그는 연습과 공연 기간 등 5개월 동안 드라마 출연 스케줄을 잡지 않을 정도로 작품에 매달리고 있다.

“드라마나 영화 촬영을 할 땐 제 안의 에너지가 고갈된다는 느낌이지만, 무대는 다르거든요. 텅 빈 제 안에 많은 걸 채워 오는 느낌이죠. 2, 3년 간격으로 무대에 대한 갈증을 강하게 느껴요.”

프라이드는 성(性)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2003년 영국 로열코트 시어터에서 초연됐다. 이번에는 1958년과 2015년을 넘나들며 시대별 성 소수자들이 겪는 세상의 편견과 고통에 대해 이야기한다. 주인공 필립과 올리브 역의 배우들 또한 시대를 달리하며 1인 2역에 나선다.

“제가 맡은 필립은 사회적 편견과 싸우느라 자기 모순적 행동을 하는, 연민이 느껴지는 캐릭터예요. 특히 1958년 필립은 ‘꼰대’같이 위선적이죠. 동성 연인을 매우 좋아하면서도 세상의 시선을 의식해 자신은 도덕적인 척 훈계하고 무시하는 모습을 보여요. 일제강점기 성 소수자이던 한국인 중 일부가 차별을 피하고자 친일 활동을 벌였던 것처럼요.”

배수빈이 3시간의 공연 중 육체적 정신적으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쏟는 대목은 1958년도 필립이 동성 연인인 올리버를 억지로 범하는 1막 마지막 장면이다.

“그 장면이 끝나고 무대 뒤로 이동하면 늘 탈진한 느낌이 들지만 제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이기도 해요. 필립이 완벽하게 무너지는 순간이거든요. 필립 역에 더블 캐스팅된 배우 강필석이 이 장면을 연기하는 모습을 봐도 가슴이 먹먹해져요.” 11월 1일까지 수현재씨어터. 4만∼5만 원. 02-766-6007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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