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아이러브 스테이지] ‘팬텀’만의 특별함…그는 왜 유령이 되었나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5월 21일 05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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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팬텀’은 ‘오페라의 유령’과 같은 뿌리를 지니고 있지만, 팬텀의 유년기를 더 자세히 묘사하고 있다. 오페라 극장 지하 미궁에서 팬텀(박효신)과 크리스틴(임선혜)이 사랑을 속삭이는 장면. 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뮤지컬 ‘팬텀’은 ‘오페라의 유령’과 같은 뿌리를 지니고 있지만, 팬텀의 유년기를 더 자세히 묘사하고 있다. 오페라 극장 지하 미궁에서 팬텀(박효신)과 크리스틴(임선혜)이 사랑을 속삭이는 장면. 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 뮤지컬 ‘팬텀’

크리스틴에 소프라노 임선혜 ‘신의 한수’
팬텀 박효신과 이중창…소름 돋는 감동
발레리나 김주원이 보인 어린시절 팬텀
‘오페라의 유령’에선 볼 수 없는 명장면


‘오페라의 유령’은 잊어라.

‘팬텀’이 ‘오페라의 유령’보다 뛰어난 작품이라는 얘기가 아니다. ‘오페라의 유령’을 머릿속에서 말끔히 지워야만, 이 괜찮은 뮤지컬을 오롯이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팬텀’은 끊임없이 ‘오페라의 유령’과 비교되어 왔다. 그도 그럴 것이 ‘팬텀’은 ‘오페라의 유령’과 같은 뿌리에서 태어났다. 가스통 르루의 대표작 ‘오페라의 유령’이 원작이다. 같은 원작에서 두 개의 뮤지컬이 나왔다. 배 다른 형제라고나 할까. 원작이 같은 만큼 등장인물도 겹친다. 팬텀이 등장하고 당연히 크리스틴이 나온다. 하지만 초반 10분만 보면 이 둘이 닮은 듯 전혀 다른 작품이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다.

‘팬텀’에서의 팬텀은 ‘오페라의 유령’의 팬텀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비밀스러운 유년기의 속살을 드러낸다. 왜 그가 ‘유령(팬텀)’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왜 그가 파리오페라극장의 지하 미궁에서 혼자(실은 혼자가 아니다) 살아가야 하는지를 엿볼 수 있다.

여주인공 크리스틴(맨 오른쪽)이 ‘파리의 멜로디’를 열창하고 있다. 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여주인공 크리스틴(맨 오른쪽)이 ‘파리의 멜로디’를 열창하고 있다. 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 임선혜·박효신, ‘찰진 이중창’에 소름이 쫙

거장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작곡한 ‘오페라의 유령’에 비하기는 어렵지만 ‘팬텀’의 음악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원작자 모리 예스톤은 한국 공연을 위해 4곡의 새로운 넘버를 작곡했다.

임선혜의 기용은 연출가 로버트 요한슨의 ‘신의 한 수’다. 크리스틴으로 뮤지컬 무대에 데뷔한 소프라노 임선혜의 노래는 과연 ‘여신급’이다. 임선혜 크리스틴의 초절고음을 경험한 한 뮤지컬 팬은 머리를 흔들며 한숨을 쉬었다. “이건, 클래스가 달라.”

고음악 전문가로 알려져 있지만 임선혜는 오페라 무대 경험이 풍부하다. 노래뿐만 아니라 ‘연기도 되는’ 성악가라는 얘기다. ‘팬텀’을 맡은 박효신과의 호흡이 찰지기 그지없다. 두 사람이 부르는 이중창은 너무도 투명하고 아름다워 피부가 도돌거렸다.

‘엘리자벳’과 ‘모차르트’를 통해 뮤지컬 팬들에게 확실하게 ‘배우인증’을 받은 박효신은 팬텀의 아픔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그의 대사와 동작은 그의 ‘안개 자욱한’ 목소리만큼이나 매력적이었다. 박효신의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팬텀’에서의 소리가 평소와 다소 달라져 있다는 것을 눈치 챘을지 모르겠다. 보다 카랑카랑하고 힘있게 모아지는 소리를 냈다. 배우 박효신은 뮤지컬에 최적화되어가고 있다.

그나저나 마담 카를로타. 신영숙이 아니라면 누가 이런 연기를 보여줄 수 있을까. 마담 카를로타가 없는 ‘팬텀’은 상상하고 싶지 않다. 신영숙은 정말 얄밉지만 고개가 끄덕여지는 카를로타를 창조했다. 전자는 몰라도 후자까지 끌어내는 배우는 결코 많지 않을 것이다. 신영숙이 부르는 마담 카를로타의 솔로곡 ‘다 내 거야’는 ‘황금별(뮤지컬 모차르트)’에 이어 신영숙을 대표하는 넘버가 될 것 같은 예감이다.

‘팬텀’에는 ‘오페라의 유령’에서 볼 수 없는 명장면이 있다. 팬텀의 어린 시절을 발레로 압축해 보여주는 장면이다. 결코 길지 않은 장면이지만 발레리나 김주원은 이 작품을 명품으로 업그레이드 시키는 데에 혁혁한 공헌을 한다. 이 장면만큼은 두 눈을 부릅뜨고 관람하기를 권한다.

7월26일까지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팬텀’은 ‘오페라의 유령’과 퍼즐처럼 맞물리는 작품이다. ‘오페라의 유령’과 비교가 아닌, 대조를 할 수 있다면 ‘팬텀’은 잊지 못할 작품이 될 것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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