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살인범 가족이라면? 14세 아들의 살인에 집안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0일 14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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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중학교 1학년인 아들이 있다. 아직 착하고 순수한 어린 아이로만 보이던 아들. 그런데 그 아들이 같은 반 친구를 잔인하게 죽인 뒤 암매장한 살인범이란 얘기를 경찰로부터 듣게 된다면. 살인범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당신 아들에게도 대입할 수 있을까. 살갑던 이웃이 당신의 가족을 ‘살인범의 가족’이라 부르며 멀리할 때 당신은 어떤 심정일까.

국립극단의 연극 ‘소년 B가 사는 집’(연출 김수희 극본 이보람)은 관객에게 ‘당신이 가해자 가족이라면 어떨까’라는 질문을 내내 던진다. 대환이는 14세 때 가장 친한 친구를 죽이고 살인죄로 복역하다 모범수로 보호관찰 처분을 받아 집으로 돌아온다. 그는 죄책감에 시달리며 또 다른 자아인 ‘소년B’의 환영을 마주한다. 스스로 세상에서 버림받고 은둔해야 하는 것이 죗값을 치르는 것으로 믿고 연민과 동정을 거부하지만 “하루(살인을 저지른 날)였어. 그 하루가 내 전부가 되는 건 아니잖아”라며 자신을 향한 타인의 불편한 시선에 외마디 비명을 지른다.

이 작품은 가해자 뿐 아니라 그 가족으로서 겪는 아픔을 정면으로 다룬다.

대환이의 어머니 역을 맡은 배우 강애심과 아버지 역의 이호재의 연기가 관객의 심금을 울린다. 그들의 동선과 대사에선 ‘연기’가 아닌 ‘모성애’와 ‘부성애’가 느껴진다. 강애심이 떪은 감을 먹다 얼굴을 찌푸리는 딸을 향해 “떫은 감이 시간이 지나면 더 달아져”라는 대사를 읊는데 그의 시선은 ‘감’을 향해 있지만 마음은 아들 대환이를 향해 있다.

‘소년 B가…’는 국립극단이 선보이는 젊은 연출가 시리즈 중 하나다. 지난해 CJ문화재단의 신인 공연 창작자 발굴 지원 프로그램인 ‘CJ 크리에이티브 마인즈’ 선정작으로 초연해 뜨거운 반응을 불렀다.

연출을 맡은 김수희(39)는 기국서 이윤택 김광보 최용훈 박근형 양정웅 등 스타 연출가를 배출한 ‘혜화동 1번지’의 5기 출신이다.

무대 세트는 다소 기울어진 경사와 사선으로 이어진 2층 구조로 이뤄져 있다. 대환이의 집을 배경으로 한 무대세트는 가정집 특유의 따스함과 동시에 불안정한 골조가 묘하게 어우러진다. 관객은 이를 통해 등장인물들의 특징과 심리상태가 간접적으로 느껴진다. 26일까지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 1만~3만 원, 1688-5966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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