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 ‘백설공주’ ‘인어공주’ 현대에 비춰보면 끼리끼리 해먹는 ‘욕망의 화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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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난쟁이들’의 웃음코드

‘신데렐라’ ‘백설공주’ ‘인어공주’ 이야기를 기발한 상상력으로 비틀어 현실을 유쾌하게 풍자한 뮤지컬 ‘난쟁이들’. 뮤지컬에서만큼은 공주가 아닌 ‘난쟁이들’이 주인공이다. ㈜랑 제공
‘신데렐라’ ‘백설공주’ ‘인어공주’ 이야기를 기발한 상상력으로 비틀어 현실을 유쾌하게 풍자한 뮤지컬 ‘난쟁이들’. 뮤지컬에서만큼은 공주가 아닌 ‘난쟁이들’이 주인공이다. ㈜랑 제공
공연 개막 전 ‘B급 코드’ 뮤직비디오 한 편으로 화제를 모은 뮤지컬 작품이 있다. 27일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에서 개막한 뮤지컬 ‘난쟁이들’이다.

작품 속 캐릭터 왕자 1·2·3이 한 번 들으면 귀에 꽂혀 계속 중얼거리게 만드는 후크송 멜로디에 허세 가득한 목소리로 “끼리끼리 끼리끼리 만나/사람들은 끼리끼리 만나”라고 툭툭 내뱉는데 희한하게 웃긴다.

작품 제목은 ‘난쟁이들’인데 왜 ‘왕자들’이 뮤직비디오에 등장했을까. 27일 무대에 오른 ‘난쟁이들’을 보자 궁금증은 단칼에 해결됐다. 제작진이 개막 전부터 전하고 싶었던 건 왕자들이 아니라 ‘끼리끼리 만나’라는 가사의 메시지, 그 자체였다.

“옛날 옛날에…”로 시작해 “왕자와 공주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끝나는 동화 속 ‘백설공주’ ‘난쟁이’ ‘신데렐라’ ‘인어공주’ ‘이웃나라 왕자들’ 등이 주요 등장인물이다. 그런데 이들에게선 우리가 알던 착하고 참한 성격 대신 욕망에 사로잡힌 현대인의 자화상이 엿보인다. 파격적인 캐릭터 비틀기다.

백설공주는 라이터 대신 촛불을 사용하는 애연가이고, 겉만 번지르르한 왕자들에게 질려 밤일 잘하는 남자를 오매불망 찾는다. 신데렐라는 한때 “평범녀에 불과했지만, 남자 잘 만나 팔자 고친 계집애”로 통했다. 하지만 결혼 생활에 실패해 이혼녀가 됐고, 인생 재역전을 위해 또 다른 왕자를 꿈꾼다. 왕자를 위해 희생했지만, 결국 버림받아 물거품이 된 인어공주는 순애보의 아이콘이 아니라 ‘실속 없는 바보 같은 인간’일 뿐이다. 난쟁이 찰리 역시 마녀의 마법 덕에 9등신 미남이 됐지만 왕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공주를 만나는 데 번번이 실패한다. 왜? 사람들은 끼리끼리 만나니까….

‘난쟁이들’의 무대는 작지만 알차다. 장면이 바뀔 때마다 책 모양의 스크린을 통해 비치는 각종 영상은 작은 무대의 단점을 가려주고 극의 재미를 배가한다. 가끔 난쟁이 아버지가 영상 스크린에 등장해 무대의 난쟁이한테 “절대 결혼해서 가장이 되지 마라”라는 조언(?)을 하기도 한다. 디즈니 만화에서 자주 본 공주들의 드레스, 난쟁이들의 복장은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한다. 대사는 재치 있고, 노래는 귀에 쏙 들어온다. 다음 달 26일까지 서울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5만5000원, 1666-8662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난쟁이들#신데렐라#백설공주#인어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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