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아이 러브 스테이지] 눈물 나지만 입가엔 미소, 삶의 영양제 같은 힐링극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2월 12일 06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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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바람되어’는 마음의 보양식과 같은 훈훈한 작품이다. 일찍 아내를 떠나보낸 평범한 샐러리맨이 죽은 아내의 무덤가를 찾아 두런두런 속내를 이야기하는 장면을 보며 관객은 눈물을 흘리면서도 입가에 미소를 짓게 된다. 극중 어린 딸과 통화하는 안중기(조재현 분)와 이를 엿들으며 기뻐하는 아내의 영혼(최희진 분). 사진제공|수현재컴퍼니
‘민들레 바람되어’는 마음의 보양식과 같은 훈훈한 작품이다. 일찍 아내를 떠나보낸 평범한 샐러리맨이 죽은 아내의 무덤가를 찾아 두런두런 속내를 이야기하는 장면을 보며 관객은 눈물을 흘리면서도 입가에 미소를 짓게 된다. 극중 어린 딸과 통화하는 안중기(조재현 분)와 이를 엿들으며 기뻐하는 아내의 영혼(최희진 분). 사진제공|수현재컴퍼니
■ 연극 ‘민들레 바람되어’

사별한 아내의 무덤 찾아가 소소한 대화
기적처럼 연결되는 두 사람의 대화 전율

연극 ‘민들레 바람되어’는 삶의 영양제 같은 작품이다. 빈말이나 과장이 아니다. 실은 기자 역시 일상이 팍팍해지거나 마음결이 거칠어질 때면 ‘힐링용’으로 찾는 연극이기도 하다. 보고 나면 어떻게든 ‘힘을 내어 살아보자’는 마음이 불끈불끈 솟구치게 된다. 든든한 보양식 한 그릇을 먹고 난 기분이다.

손수건이나 휴대용 휴지를 챙겨가는 것이 현명하다. 눈물이 나지만, 한바탕 울컥거리고 나면 입가에 미소가 그려지게 된다. 고맙고, 미안한 사람들의 얼굴이 자꾸만 떠오른다.

‘민들레 바람되어’는 30대의 나이에 일찍 상처한 한 남자의 이야기다. 혼자 딸을 양육하고, 재혼하지만 실패해 또 다시 혼자가 되는 평범한 샐러리맨 ‘안중기(조재현·이광기·임호 분)’가 주인공이다. 갓 상처한 30대부터 불치의 병을 얻어 죽음을 앞둔 노년이 되기까지, 죽은 전처의 무덤을 찾아 두런두런 살아가는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아내의 영혼은 늘 무덤가를 지키고 있다. 아내에게 유일한 낙은 남편이 찾아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아내에게도 남편은 고마움과 미안함의 대상이다. 사랑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민들레 바람되어’는 ‘사랑은 고마운 것’ 그리고 ‘사랑은 미안한 것’이라고 답할 것이다.

안중기는 아내가 아침밥상에 시뻘건 매운 닭발을 올려놓았던 일, 훌쩍 커 고등학교 3학년이 된 딸의 가방에서 콘돔이 발견된 일, 결혼식 날 딸의 손을 잡고 들어가던 일 등 소소한 일상을 아내에게 들려준다. 아내의 영혼 역시 자신의 추억을 이야기한다. 두 사람의 대화는 (당연히) 어긋나지만, 때때로 시공간을 초월해 기적처럼 연결되기도 한다. 객석이 일순간 전율한다.

‘안중기’는 사실 연기하기가 매우 어려운 역이다. 2008년 초연 무대부터 안중기를 맡아 온, ‘연기도사’ 조재현조차 “도무지 대사가 안 외워지는 작품”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을 정도다. 대사가 많은 것은 문제가 안 된다. 조재현은 “대사가 훨씬 많은 에쿠우스조차 ‘민들레’에 비하면 쉬웠다”고 했다. ‘안중기’가 연기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대사가 시도 때도 없이 ‘대화’였다가 ‘독백’이었다가 하기 때문이다. 박수를 계속 치든가 안 치든가 하면 쉬운데, 박수를 치다 말다 치다 말다하며 팔을 휘두르는 동작을 외우기 어려운 것과 같다. ‘민들레 바람되어’ 덕에 며칠이나 몸과 마음이 훈훈할 수 있었다. 참 좋은 작품이다. 고맙고, 미안한 작품이기도 하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트위터 @ranbi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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