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아이 러브 스테이지] ‘말과 인간의 교감’ 예술로 승화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11월 20일 06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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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발리아는 말과 사람의 교감, 곡예를 예술로 승화시킨 아트 서커스다. 곡예사의 손길, 눈빛 하나하나에 섬세하게 반응하는 말들을 보고 있으면 경이로울 정도다. 태양의 서커스와는 또 다른 감동과 재미를 만날 수 있다. 사진제공|카발리아
카발리아는 말과 사람의 교감, 곡예를 예술로 승화시킨 아트 서커스다. 곡예사의 손길, 눈빛 하나하나에 섬세하게 반응하는 말들을 보고 있으면 경이로울 정도다. 태양의 서커스와는 또 다른 감동과 재미를 만날 수 있다. 사진제공|카발리아
■ 아트서커스 ‘카발리아’

49마리 말·33명 아티스트·곡예사 등장
로만 라이드 등 고난이도 승마곡예 탄성


한때 경마담당을 한 덕에 말들을 볼 기회는 제법 많았다. 신이 창조한 생명체 중 가장 ‘완벽한 외모’를 한 동물은 사람이 아닌, 말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말은 괜찮은 비주얼을 가진 동물이다. 쭉쭉 빠진 몸매, 날렵한 허리와 긴 다리, 탄력이 넘치는 피부. 경주로의 모래를 흩날리며 질주하는 경주마의 모습은 황홀할 정도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말과는 그리 친한 사이가 되지 못했다. 아무래도 승패와 돈이 걸려 있다보니 경마장의 말에게서 아름다움을 느낄만한 여유가 부족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경주마들은 대체로 포커페이스같은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요즘 갑자기 말이 좋아졌다. 말이란 생명체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얼마나 완벽한 모습을 하고 있는지, 얼마나 섬세한 감정을 갖고 있고, 얼마나 영리한 동물인지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화이트빅탑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지상 최대의 아트서커스’ 카발리아(Cavalia)를 보았다. 사실 처음에는 ‘아트 서커스’라는 타이틀을 보자마자 태양의 서커스의 흔한 아류작쯤으로 생각했다. 실제로 카발리아의 예술감독(노만 라투렐)은 태양의 서커스의 공동 설립자 중 한 명이다.

그런데 직접 보니 카발리아는 태양의 서커스와는 완전히 다른 공연이었다. 콘셉트가 다르고 분위기가 달랐다. 태양의 서커스가 어쩐지 “우리는 아트입니다”식으로 어깨에 힘을 잔뜩 준 정찬이라면, 카발리아는 2층 발코니에서 햇살을 받으며 먹는 가정식 백반 같은 느낌이다. 정겹고 편하다. 보고 있으면 눈이 커지기 전에 입에 미소가 먼저 걸리게 된다.

● 동화책 속에서 튀어 나온 듯한 무대… 말과 인간의 아름다운 교감


카발리아는 말과 사람이 주인공인 공연이다. 동물 서커스에 속하지만 사자도, 호랑이도, 물개도, 원숭이도 등장하지 않는다. 오직 빅탑의 원형무대 안에는 사람과 말밖에 없다.

카발리아에는 49마리의 말이 등장한다. 제법 큰 대형천막공연장인 빅탑씨어터지만 도대체 49마리가 되는 말을 어떻게 수용할 수 있는지 경이로울 정도다. 크기도 아이들 장난감 말처럼 앙증맞은 종부터 곡예사가 두 발로 서서 탈 정도로 넓은 등을 가진 대형마까지 다양하다.

카발리아에는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근사한 아크로배틱도 있지만 뭐니 뭐니 해도 최고의 볼거리는 인간과 말의 교감이다. 예술로 승화된 환상적인 승마곡예가 펼쳐진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두 마리 흰말이 마치 슬로모션처럼 움직이는 느짓한 코너다. 마치 안개가 잔뜩 낀 호숫가에서 장난을 치고 있는 두 마리의 유니콘을 떠올리게 한다. 아련하고 몽환적이다. 틀림없이 이 장면을 구상한 사람은 동화책 삽화의 한 장면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을 것이다.

로만 라이드(말 등위에 두 발로 서서 타는 기술), 베어백 라이딩(안장없이 타는 기술)과 같은 고난이도의 승마곡예가 쉴 틈 없이 이어진다. 여성 곡예사들이 외줄을 타고 하늘로 날아올랐다가, 흰말을 탄 남성의 머리 위에 눈송이처럼 사뿐히 내려앉는 장면은 잊을 수 없다. 빅탑의 원형주로를 떼로 몰려 달리던 군마신도 근사했다.

마지막으로 사족 하나. 카발리아에는 49마리의 말과 33명의 아티스트, 곡예사가 등장한다. 그런데 묘하게도 곡예사들의 얼굴이 모 가수와 많이 닮았다. 말들이 좋아하고, 교감이 잘 되는 얼굴이란 게 따로 있는 모양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트위터 @ranbi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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