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아이 러브 스테이지] 유치원생 연기 송창의의 재발견…특수분장 없이 연기력으로 승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8월 28일 06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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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블러드 브라더스’는 주연배우 송창의를 재발견한 작품이다. ‘미키’역을 맡은 그는 유치원생에서부터 20대 성인까지 특수분장 도움 없이 연기력만으로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사진제공|쇼노트
뮤지컬 ‘블러드 브라더스’는 주연배우 송창의를 재발견한 작품이다. ‘미키’역을 맡은 그는 유치원생에서부터 20대 성인까지 특수분장 도움 없이 연기력만으로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사진제공|쇼노트
■ 뮤지컬 ‘블러드 브라더스’

이름만으로도 ‘수준이 있음’이라는 신뢰감을 주는 작품이란 게 있다. 뮤지컬 ‘블러드 브라더스’가 그렇다. 1983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됐다. 이후 24년간 1만회 이상 공연된 장기 베스트셀러 뮤지컬이다. 웨스트엔드 올리비에상, 토니상 등 상도 수두룩하게 받았다. 1988년 호주 공연에서는 20대 시절의 러셀 크로우가 ‘미키’역을 맡았다.

쌍둥이 형제의 엇갈린 운명이야기다. 쌍둥이는 꽤 매력적인 소재다. 그래서인지 쌍둥이 이야기를 다룬 영화도 많다.

‘블러디 브라더스’는 기본적으로 이야기가 어두컴컴하다. 1960년대 영국의 우중충한 공업도시 리버풀이 배경이다. 클럽에서 만난 남자와 눈이 맞아 조기 결혼한 존스턴 부인(구원영 분)은 요즘 말로 다산의 여왕이다. 남편과 ‘손만 잡아도’ 아기가 덜컥 생겨 고민이다. 바람둥이 남편은 아내가 심지어 쌍둥이까지 임신한 것을 알고는 “바이바이∼”하고는 집을 나가 버린다.

이미 많은 자녀를 둔 존스턴 부인은 자신이 하녀로 일하는 저택의 라이언스 부인에게 쌍둥이 중 한 명을 입양시킨다. 그러나 쌍둥이의 비밀을 영원히 감추려는 두 여인의 노력은 기구한 쌍둥이의 운명에 의해 처절하게 파괴되고 만다.

부잣집 엄친아가 된 ‘에디(오종혁 분)’와 존스턴 부인의 아들 ‘미키(송창의 분)’는 일곱 살 때 우연히 만나 의형제를 맺는다.

하지만 운명이 맺어 준 동심의 우애는 시간이 흘러가면서 우적우적 금이 간다. 점점 더 커지는, 그리고 삶을 압박해오는 사회적 경제적 격차 앞에서 ‘미키’는 좌절한다. 그리고 예고도 없이 찾아온 진실. 서로가 사실은 친형제라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두 사람은 비극의 화염 속에 속절없이 던져지고 만다.

● 유치원생부터 20대 성인까지…송창의의 재발견

전체적으로 음악보다는 배우들의 연기와 대사 맛이 좋은 작품이다. 배우로서는 유치원생부터 20대 성인이 되기까지, 오직 연기력 하나로 승부해야 한다. 흔한 특수분장 하나 없다. ‘미키’와 ‘에디’는 표정과 몸동작, 대사의 톤을 바꾸는 것만으로 모든 것을 표현해야 하는 배역이다. ‘과연 유치원생 연기가 가능할까’ 싶었는데 기우였다. 송창의를 새로 발견했다.

1막은 ‘미키’와 ‘에디’가 아닌 존스턴 부인이 주인공처럼 느껴진다. 구원영의 연기는 무엇을 기대해도, 기대 이상을 보여준다. 아이를 부잣집에 입양시켜야 하는 가난한 엄마의 아픔이 너무도 절절하다. 사고뭉치 아들(쌔미·심재현 분)의 뒷수습을 감내하면서도 꿋꿋하게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힘센 엄마’의 모습을 보며 눈물을 질금거리고 말았다.

‘블러드 브라더스’를 더욱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는 팁. ‘탁자 위에 신발을 올려놓으면 안 좋은 일이 생긴다’, ‘손가락을 꼬고 하나부터 열을 세면 다시 살아난다’와 같은 미신속담이 툭툭 튀어나온다. 이 속담들은 극 중 중요한 복선으로 작용하니 귀를 기울여 둘 것.

‘에디’는 ‘미키’의 소꿉친구이자 아내가 되는 ‘린다(최유하 분)’를 짝사랑한다. ‘린다’를 둘러 싼 형제의 미묘한 러브 감정선을 따라가는 것도 흥미롭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트위터 @ranbi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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