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작가 이강백씨 “43년전 그 무대, 그 떨림… 퇴직후 첫작품 설레네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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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무대에 신작 ‘즐거운 복희’ 올리는 극작가 이강백씨

극작가 이강백 씨는 “‘즐거운 복희’의 형식에 대해 오래 고민하다 복희를 막간극에만 홀로 등장시켰다. 혹시 이와 유사한 형태의 연극을 보신 분이 있다면 연락주시면 감사하겠다”며 웃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극작가 이강백 씨는 “‘즐거운 복희’의 형식에 대해 오래 고민하다 복희를 막간극에만 홀로 등장시켰다. 혹시 이와 유사한 형태의 연극을 보신 분이 있다면 연락주시면 감사하겠다”며 웃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평생 연극을 하며 살겠다고 다짐하던 곳에서 퇴직 후 처음 쓴 작품을 공연하게 돼 설렙니다. 그때 느꼈던 벅찬 감정을 다시 한 번 맛보고 싶어요.”

서울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26일 막을 올린 연극 ‘즐거운 복희’(이하 ‘복희’)를 쓴 극작가 이강백(67)의 얼굴에는 밝은 기운이 가득했다. 197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서 희곡 ‘다섯’으로 등단한 그는 남산예술센터에서 이 작품으로 첫 공연을 올렸다.

‘복희’는 서울예대 극작과 교수였던 그가 지난해 정년퇴직한 후 쓴 첫 작품이다. 올해 5월 공연돼 큰 호평을 받았던 신작 ‘챙!’은 ‘복희’ 다음에 쓴 작품이다. 22일 만난 그는 “4년 동안 구상해 8번 정도 고친 끝에 ‘복희’를 완성했다”고 말했다. 연출은 이성열 씨가 맡았다.

이 작품은 호숫가 펜션을 분양받은 사람들이 손님을 끌기 위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모습을 그렸다. 펜션을 퇴역 군인의 낙원으로 만들려던 장군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펜션 분양자들은 장군의 딸 복희에게 매일 아버지 묘소를 찾아 슬퍼할 것을 요구한다. 처음에 이를 순순히 받아들였던 복희는 차츰 심경에 변화가 생긴다. 작품은 5막에 막간극 4개로 구성됐다. 복희는 막간극에서만 등장해 독백으로 무대를 이끈다. ‘소설가 구보 씨의 1일’ ‘정물화’의 전수지가 복희 역을 맡았고, 이인철 이호성 등 중견 배우들이 출연한다.

“인간은 자신이 만드는 부분도 있지만 타인의 기대와 요구로 만들어지는 측면도 크잖아요. 극 중 ‘인간은 이야기를 만들고 이야기는 인간을 만든다’는 대사도 나오죠.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다 보니 형식을 새롭게 하고 싶었어요.”

43년째 연극의 길을 걸어오면서 우여곡절도 적지 않았다. 1970년대 독재정권을 은유적으로 비판한 ‘파수꾼’ ‘알’은 공연 금지 처분을 받았다.

“김지하 씨처럼 감옥에 간 것도 아닌데요, 뭘. 저는 거물이 아니라 ‘멸치’라 안 잡아갔나 봐요.”(웃음)

그는 은유적이고 우화적인 기법을 사용해 현실 비판적인 작품을 주로 쓰다 보니 삶의 성찰을 다룬 ‘챙!’ 이후 “작품 세계가 변한 것 같다”는 말도 나왔다.

“한 인간에게도 여러 모습이 있잖아요. 전체 작품을 놓고 보면 작가가 아무리 달아나려 용을 써도 10m도 못 벗어날 거예요.”

이강백은 요즘 또 다른 작품을 쓰고 있다. 이를 가능케 하는 동력은 무엇일까. “이전 작품이 영감을 줘요. 부족하다고 느꼈던 것을 채우기 위해 새 작품을 쓰죠. 지금까지 100% 만족한 작품이 없어요.”

그는 희곡집을 10권까지 낼 수 있기를 바랐다. 내년 봄에 희곡집 8권이 나올 예정이다. 한 권에 6개 작품이 실리는 걸 감안하면 12개 작품을 더 쓰겠다는 것이다.

“연극만 하며 살겠다던 다짐을 지킬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해요. 나이가 든다는 건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걸 의미하죠. 그래서 더 집중하게 되는 장점이 있답니다.”(웃음)

9월 21일까지. 2만5000원. 02-758-2150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이강백#즐거운 복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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