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모리코네 음악세계엔 불가능이란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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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6일 맑음. 모리코네의 개. #232 Ennio Morricone ‘On Earth as It Is in Heaven’(1986년)

엔니오 모리코네의 신작 ‘Morricone 60’.
엔니오 모리코네의 신작 ‘Morricone 60’.
 파블로프의 개처럼 반사적이고 즉각적으로 날 무장해제하는 음표의 소대가 있다.

 이를테면 라디오헤드의 ‘Creep’을 여는 기타의 떨리는 G메이저 아르페지오 몇 개 음. 아니면 영화 ‘미션’에 삽입된 ‘Gabriel′s Oboe’가 시작되는 ‘라시라솔라∼’.

 2016년 8월 26일 오후 8시 30분의 일본 지바 현 QVC 마린필드, 2007년 10월 3일 오후 9시 50분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저 절대적인 음률이 울려 퍼질 때뿐만은 아닌 것이다. 그 멜로디가 고막을 때릴 때면 언제든 울 준비가 돼 있다. 엔니오 모리코네의 내한공연 때 오케스트라의 오보에 주자가 기립해 그 곡을 연주하는 순간 일어난 객석의 낮은 탄성은 ‘미션’ 메들리, 즉 ‘Falls’를 지나 100인조 합창단이 가세한 ‘On Earth as It Is in Heaven’이 멈추는 순간 기립박수로 바뀌었다.

 최근 그가 본인의 영화음악 대표곡들을 스스로 재해석한 앨범 ‘Morricone 60’을 냈다. ‘미션’은 물론이고 ‘시네마천국’ ‘석양의 무법자’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를 거쳐 근작인 ‘헤이트풀8’까지 그의 60년 음악 인생을 꿰뚫는 명곡들을 골라 그가 체코 국립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지휘해 새로 녹음했다. 모리코네는 그간 영화감독의 주문에 맞추느라 정작 내 맘대로 한 부분이 별로 없어 아쉬웠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극본에 맞추기 위해 종교음악적 색채, 표현에 한계가 있는 오보에를 선택함으로써 되레 명곡을 일궈낸 ‘Gabriel′s Oboe’의 예에서 보듯 그는 의뢰돼 제한된 환경에서 최고를 넘는 결과물을 뽑아내는 천재다.

  ‘Morricone 60’을 비슷한 시기에 나온 비슷한 레퍼토리의 앨범 ‘Ennio Morricone Conducts Morricone’와 비교해 듣는 것도 재밌다. 영화에 수록된 것과 약간 다른 편곡과 템포로 연주되는 명곡들은 여전히 감동적이다. 영화음악가란 굴레를 잠시 내려놓은 작곡·편곡가 모리코네의 뚝심이 여기에 있다.

  ‘Gabriel′s Oboe’의 변주가 남미의 원초적 타악기군과 이구아수 폭포수처럼 뒤섞여 굽이치는 ‘On Earth as It Is in Heaven’을 다시 듣는다. 엄마 손 잡고 간 성당. 예배당을 가득 채워 울리고 스테인드글라스에 부딪쳐 여울지던 어린 날의 오르간 소리가 환청처럼 눈부시게 내게로 쏟아져 들어온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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