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아이 키우기 왜이리 힘들까요?” 현직 교사의 조언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21일 14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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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학부모 상담기록부 / 송주현 지음 / 360쪽·1만6000원·은행나무

수십 년 교직에 몸담아온 저자는 학부모와의 상담도 단계가 있다고 조언했다. 먼저 ‘질문을 구체화’한 뒤 ‘아이의 
삶을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내 자식의 문제가 아닌, 현재의 삶을 살아내고 있는 한 인간의 문제로 보고자” 애써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하면 의외로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도 있다. ⓒ요요한
수십 년 교직에 몸담아온 저자는 학부모와의 상담도 단계가 있다고 조언했다. 먼저 ‘질문을 구체화’한 뒤 ‘아이의 삶을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내 자식의 문제가 아닌, 현재의 삶을 살아내고 있는 한 인간의 문제로 보고자” 애써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하면 의외로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도 있다. ⓒ요요한
“초등학생이면 겨우 십여 년 남짓 키운 건데 벌써부터 왜 이리 힘든 걸까요? …학부모의 간절한 마음과 혼자 ‘성장’이라는 고독한 싸움을 치르고 있는 아이의 간극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모쪼록 제가 옮긴 아이들의 목소리가 이 책을 읽는 부모님들의 지극한 마음에 가닿기를 바랍니다.”

오래 전, 선배들에게 물었다. “아이를 낳아 기른다는 건 어떤 거야?” 누군가 답했다. “하루에도 열두 번 어질어질해. 기쁘거나 혹은 힘들어서”라고. 그때 또 덧붙였다. “학교 가면 전쟁이야.”

참 묘하다. 세상은 21세기에 들어선 지 20년이 다 됐다. 근데, 어째 아이 키우는 건 갈수록 어려워진단다. 분명 나아진 점도 있을 텐데, 왜 이리들 부담감은 더 커지는지. 고민은 고민을 낳고, 자꾸만 누군가가 필요하다.

저자는 1992년부터 교편을 잡은 강원도 초등학교 교사다. 2008년쯤 학교생활 등을 담은 블로그를 운영했다. 언제부터인가 이곳을 통해 전국 학부모들이 고민을 털어놓았고, 선생님은 열심히 상담에 응했다. ‘초등학교…’는 그런 다양한 사례를 모으고 추린 책이다.

실은 자녀 양육에 관한 책, 지금도 엄청나게 많다. 앞으로도 끊이지 않을 거다. 어설프게 구분하자면, 대충 두 갈래로 나뉜다. ‘아이에게 자유를! VS 이래야 성공한다!’ 정도. 하지만 이 책은 어느 쪽도 일방적으로 편들지 않는다. 역시 현실을 직시하는 현직 교사라서 그런가보다.

예를 들면, 아이의 교육을 위해 강남 이사를 고민하는 학부모에겐 ‘얼른 강남으로 가라’고 답한다. 왜? 이런 질문을 한 엄마는 이미 가지 않으면 불행하다. 만약 가지 않았는데, 자녀와 관련해 아쉽거나 속상한 일이 생기면 계속 후회할 거다. 다만 분명히 못 박는다. 왜 강남을 꿈꾸는지 충분히 이해하지만, 이미 당신은 ‘돼지 엄마’라고. 그리고 그 선택은 아이를 위한 게 아니라 본인을 위한 거라고.

이렇게 말하니 되게 학부모에게 냉정한 교사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오히려 어느 상담서적보다 부모의 맘을 어루만지려 노력한다. 자신도 자녀를 키우는 부모이기에 공감을 표한다. 특히 너무 아이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지려하지 말라고 다독인다. 물론 보호자로서 열과 성을 다해야지만, 아이의 작은 잘못까지 부모 탓일 필요는 없다. 오히려 하나의 인격체로 자녀를 대하며, 주위 사람들과 함께 해결책을 찾으려 노력해야 한다.

실용적인 조언도 적지 않다. 자녀가 학교에서 가해자로 학교폭력위원회에 가게 생겼을 때나 담임이 아이에게 특수학급을 권유했을 때 어떻게 대응하면 좋은지에 대한 설명은 꽤나 요긴해 보인다. 곁에 두고 참고서처럼 상황마다 들쳐 봐도 괜찮겠다.

다만 제목에 부제처럼 달린 ‘담임선생님께는 말하지 못하는…’에는 시비를 걸고 싶다. 눈길이야 끌겠지만 너무 자극적이다. 책도 가장 먼저 담당 교사와 허심탄회하게 상의하길 권했는데, 이 글귀는 이율배반적인 느낌도 든다. 최선의 결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부모는 교사를 믿고, 교사는 부모를 믿어야 한다. 어떤 일도 신뢰가 회복되지 않으면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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