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문학에 나타난 감염병 공포의 역사를 비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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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된 독서/최영화 지음/308쪽·1만5000원·글항아리

3년 전 전 국민을 공포에 떨게 했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중동을 다녀온 60대 남성에게서 지난달 발견됐다. 이렇게 전염성 질병은 잊을 만하면 다시 나타나 인간의 생사를 위협한다. 의학의 발전이 가속화돼도 미생물은 끊임없이 진화한다. 어쨌든, 새롭거나 돌고 도는 감염병의 역사는 곧 인류의 역사이기도 하다.

감염외과 의사인 저자는 문학과 역사 속에 등장한 감염병과 이로 인해 고통받는 인간의 곤경을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냈다. 책을 뒤지며 전염병을 찾는 일은 매일 환자와 씨름하는 삶 속에서 그의 유일한 탈출구였다.

역사적으로 전염병은 인류 사회에 큰 상처를 입혔다. 14세기부터 유행했던 흑사병은 유럽 인구의 30∼40%를 희생시키고서야 진정됐다. 20세기 초 퍼진 스페인 독감은 2년 만에 전 세계 2500만 명 이상의 인구를 말살시켰다. “전쟁보다 무서운 게 전염병”이라는 말이 이해된다.

여러 문학에서도 전염병의 공포가 묻어 나온다. ‘닥터 지바고’에는 발진티푸스, ‘데카메론’에는 페스트, ‘서울, 1964년 겨울’에는 급성 뇌막염이 등장한다. 저자는 증상으로 전염병을 예측하기도 한다. ‘시황제의 임종’에서 진시황은 무릎이 구부러져 펼 수가 없고 목도 점점 굳어갔다. 저자는 ‘결핵성 수막염’ 증상이라고 단언한다. 이문열의 ‘삼국지’에서 적벽대전 때 조조의 군대는 소화불량과 악성 독감에 시달렸을 가능성이 크다. 책을 읽다 보면 전염병의 종류가 이렇게 많나 싶을 정도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감염된 독서#최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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