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슈퍼리치들은 어떻게 시장을 장악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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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부의 비밀/샘 윌킨 지음·이경남 옮김/492쪽·1만9800원·알키

10억 달러(약 1조1300억 원) 이상 소유한 빌리어네어들이 부를 축적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음은 짐작할 수 있는 바다. 그런데 어떻게? 고대 로마의 거부(巨富)나 오늘날 미국 포브스지를 장식하는 엄청나게 부유한 이들, 곧 ‘슈퍼리치(super-rich)’들이 어떻게 경쟁자를 물리치고 시장을 장악했는지 다룬 책이다.

일부 경제사가는 고대 로마인이 쌓은 부는 당시 기준뿐 아니라 세계사를 통틀어도 쉽게 찾기 어렵다고 본다. 추정이지만 서기 1년경 로마에서 가장 부유한 시민 10명의 재산은 요즘으로 치면 약 22억 달러(약 2조4900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삼두정으로 잘 알려진 마르쿠스 크라수스(기원전 115년∼기원전 53년)는 어떻게 거부가 됐을까. 내전에서 장군 술라(기원전 138년?∼기원전 78년) 편에 서서 승리한 그는 술라를 대신해 ‘살생부’를 작성했고, 정적과 그 지지자들, 지지자들의 지지자들까지 제거한 뒤 압류한 재산을 가로챘다. 동시대 다른 상인들이 수많은 경쟁자를 물리쳐야 했던 것과 달리 크라수스의 부는 좋게 말해 정치적 지위를 이용한 셈이다. 사실 칼춤과 피바다 위에 이룩된 것이었다.

거부들은 법의 허점을 이용해 합법적으로 시장을 독점한다. 인도 최대 기업 릴라이언스 그룹을 창업한 디루바이 암바니(1932∼2002)는 정부가 독점을 규제하기 위해 만든 라이선스 제도를 역이용해 인도의 합성섬유 시장을 독점했다. 19세기 후반 미국의 기업가들인 밴더빌트(1794∼1877), 카네기(1835∼1919), 록펠러(1839∼1937) 역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독점을 추구했다. 이들은 신성로마제국 당시 배에 멋대로 통행료를 물렸던 영주들에 빗대어 ‘강도 귀족(Robber baron)’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저자는 영국 옥스퍼드대 산하 경제조사기관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비즈니스리서치 장(長)으로 일했다. 저자는 ‘성공의 열쇠’를 보여준다지만, 치부(致富)의 치부(恥部)를 파헤친 책으로도 읽힌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1% 부의 비밀#샘 윌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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