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이스라엘을 ‘벤처 천국’으로 만든 페레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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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꿈을 위한 방은 없다/시몬 페레스 지음·윤종록 옮김/328쪽·1만6000원·쌤앤파커스

1947년 건국을 준비하고 있던 이스라엘은 전쟁이 나면 고작 6일 정도 버틸 수 있는 총알 600만 개만 남아있었다. 키부츠(집단농장)에서 양떼를 기르던 20대 청년 시몬 페레스(1923∼2016)는 조국을 위해 서방으로 무기를 구하러 나선다.

당시 서방 국가들은 복잡한 중동 정세에 발을 들여놓지 않기 위해 무기 금수 조치를 취하고 있었다. 페레스는 기지를 발휘해 위조 여권을 들고 무기 밀수업자 등을 통해 체코로 건너갔다. 특정 종류의 소총이 가진 사소한 결함부터 거대한 전함이 대서양을 가로질러 무기를 운반하는 데 필요한 연료량까지 무기에 관한 모든 내용을 숙지한 그에게 체코 정부는 무기를 제공했다. 이듬해 5월 이스라엘이 건국하며 중동 국가들과 전쟁이 벌어졌다. 이스라엘은 숨겨놨던 압도적인 화력과 전술을 바탕으로 독립국가로 거듭났다.

이 책은 70여 년간 10번의 장관, 3번의 총리, 7년 동안 대통령으로 재직한 페레스 전 이스라엘 대통령의 자서전이다. 현대사의 굴곡진 역경을 거쳐 온 그의 인생과 굵직한 정치 군사 경제 분야 사건들의 숨은 이야기를 소설처럼 흥미진진하게 풀어냈다.

스타트업 천국이라 불리는 이스라엘의 벤처 생태계를 조성한 저자의 경험은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투자에 대한 위험은 정부가 부담하고, 보상은 철저하게 투자자에게 돌아가도록 하는 벤처캐피털 프로그램을 1990년대부터 도입했다. 벤처 창업의 물꼬를 튼 이스라엘은 2016년 미국 나스닥에 90개 스타트업이 상장됐다. 지금도 해마다 수백억 달러의 투자를 받고 있다고 한다.

끊임없는 전쟁의 위협과 천연자원 없이 인재 육성을 통한 경제 성장 등 한국과 비슷한 모습이 많은 이스라엘의 경험은 우리에게도 큰 교훈을 제공한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작은 꿈을 위한 방은 없다#이스라엘#스타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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