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다 쓴 건전지 확인하려면… 소설 형식으로 푼 물리학 원리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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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자의 은밀한 밤 생활/라인하르트 렘포트 지음·강영옥 옮김/255쪽·1만4000원·더숲

술자리에서 장난삼아 내 잔으로 친구의 병맥주 주둥이를 살짝 내리쳐 본 경험이 있는지? 갑자기 유리병 입구에서 거품이 뿜어져 나와 친구는 병을 든 채로, 아니면 아까운 거품을 급히 마셔보려 애쓰다 옷을 더럽힐 것이다. 책에 등장하는 마테스는 잽싸게 병에 입을 갖다 댔지만 맥주 거품이 폭발하는 양을 따라잡을 수 없어 결국 콧구멍으로 맥주를 콸콸 들이붓고 말았다고 한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맥주 속 이산화탄소 거품이 압력 변화로 수천 개의 작은 거품으로 쪼개지기 때문’이다. 2014년 스페인과 프랑스 공동 연구팀이 맥주병에 충격을 가했을 때 거품이 생기는 원리를 규명해 논문을 발표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다고 한다. 비상한 과학도와는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왁자지껄 술자리 장난이 물리학과 이어진다니, 과학이 한층 가깝게 느껴진다.

과학 팟캐스트를 운영하는 물리학자인 저자가 생활 속에서 접하는 물리학의 원리를 소설 형식을 빌려 설명했다. 주인공이 셰어하우스의 송년 파티에서 있었던 일이 시간 순서로 서술돼 전혀 지루하지 않다. 오후 6시, 친구들이 집에 모여 축구 비디오 게임을 하며 맥주를 마시고, 피자를 주문해 먹다가, 집 밖으로 나가 폭죽도 터뜨리고는 다음 날 아침 파티를 마무리하는 이야기다.

물리학적으로 설명 가능한 일화 하나하나가 눈길을 끈다. 맥주를 빨리 차갑게 하려면 얼음만 담긴 통보다는 물과 소금 얼음이 함께 담긴 통에 넣는 것이 효과적이다. 건전지가 떨어졌을 때 방구석에 처박혀 있던 20여 개 건전지 중 전류가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것을 구별하는 방법은 바닥에 튕겨보는 것이다. 남은 전류가 적을수록 건전지는 높이 튀어 오른다. 덤으로, 어딜 가도 한 명쯤 있을 법한 소란스럽고 과격하지만 정감 가는 셰어하우스 친구들이 벌이는 웃지 못할 바보 행각(?)도 매력적이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물리학자의 은밀한 밤 생활#건전지#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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