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희 “상처 딛고 선 사람들의 썸타기… ‘미어캣’처럼 촘촘히 바라봤죠”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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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서 가장 ‘핫’한 김금희, 첫 장편소설 ‘경애의 마음’ 출간

김금희 작가의 신작 ‘경애의 마음’에서 미싱업체에서 일하는 두 주인공은 오토바이가 도로에 가득한 베트남으로 파견을 간다. 김 작가는 “사양산업에서 일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는 삶의 여러 면을 보여주는 데 적합할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김금희 작가의 신작 ‘경애의 마음’에서 미싱업체에서 일하는 두 주인공은 오토바이가 도로에 가득한 베트남으로 파견을 간다. 김 작가는 “사양산업에서 일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는 삶의 여러 면을 보여주는 데 적합할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소설가 ‘김금희’. 요즘 한국 문학에서 가장 핫한 이름 가운데 하나다. 전작인 2016년 단편소설집 ‘너무 한낮의 연애’는 한국 소설엔 시큰둥했던 이들까지 다시 책을 들게 만들었단 평가를 받았다. 특유의 섬세한 감성과 디테일한 묘사가 일상과 관계에 지친 독자의 마음을 움직였다. 신형철 평론가는 당시 “지금 가장 읽고 싶은 것은 그의 다음 소설”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처음으로 장편소설 ‘경애의 마음’(창비)을 펴냈다. 첫 장편치고는 제법 두툼한 원고지 1300장 분량. 19일 서울 마포구 창비 서교사옥에서 만난 김 씨는 “인물 내면 심리묘사를 깊고 자세하게 하려는 욕심을 내다 보니 생각보다 좀 긴 소설이 됐다”며 웃어 보였다. 계간지 연재 뒤 보완해 2년간 다듬은 소설에 벌써부터 평단의 호평이 쏟아진다.

소설은 사양산업이 된 ‘미싱(재봉틀)’ 회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전직 국회의원인 아버지 끈으로 입사한 뒤 팀장이 된 공상수와 그 밑에 유일한 팀원으로 들어온 박경애가 주인공이다. 팀장과 팀원으로 만났지만, 이들에겐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가 있다. 상수는 퇴근 후 남몰래 연애상담 페이지를 운영하는데, 연인과 이별한 경애와 서로의 존재를 모른 채 온라인에서 매일 답신을 교환한다. 두 사람은 화재 사건으로 소중한 친구를 잃은 같은 아픔도 가지고 있다. 이런 공통점을 인식하지 못한 채, 두 사람은 조금씩 가까워진다.

남녀의 애틋한 다가섬을 다룬 소설임에도 작가는 1999년 실제로 있었던 인천 호프집 화재 사건, 대규모 해고와 파업, 쇠락해가는 산업 현장 등 묵직한 사회적 주제와 부모의 죽음, 조직의 냉대, 이별 등 개인적 아픔들을 촘촘히 엮어 간다. 삶의 다층적 측면을 치밀하게 조명하면서도 인물들이 느끼는 감정의 파고를 섬세히 붙드는 ‘김금희표 이야기’다.

그는 “이런저런 상처에서 걸어 나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특히 ‘인물이 남는 소설’을 쓰는 데 공을 들였다.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현실의 결, 복잡다단한 한 사람의 내면을 살리기 위해 그가 발붙이고 선 곳, 주변 환경, 내력까지 면밀히 들여다보고 고민하는 게 작가의 습관이다.

김 씨는 “카페든 식당이든 누군가의 대화가 들리면 절로 몸이 그쪽으로 기울어 별명이 ‘미어캣’일 정도로 주변 일에 흥미가 많다”고 말했다. 가장 반가운 독자 반응도 ‘내 이야기 같았다’는 말이라고 했다. “내가 만든 세계, 그 인물이 이해받고 전달됐다는 걸 알게 된 셈이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서른이 되던 해인 2009년 등단한 뒤 소설집 두 권을 펴낸 그에게 이 장편은 세 번째 작품이다. 긴 호흡으로 소설을 쓴 게 처음이었던 그는 “마치 첫 책을 내는 것처럼 무척 긴장된다”고 말했다. ‘위로가 됐다’는 주변 반응을 보며 ‘뭔가를 쓰긴 쓴 거구나’ 싶어 마음이 조금 놓였다고. 국문과를 졸업한 그는 자칭 ‘한국소설광’이다. 2년간 장편에 매달리느라 최근 나온 작가들 작품을 거의 못 봤다. 김 씨는 당분간 가장 하고 싶은 일로 “원 없이 한국소설을 읽고 싶다”며 웃어 보였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김금희#경애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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