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환자의 고통 앞에서 의사도 공포를 느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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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감정/다니엘 오프리 지음·강명신 옮김/326쪽·1만8000원·페가수스

주변이 고통으로 가득하다면 점차 그에 무감각해지는 게 인지상정이다. 병원에서 다소 냉정해 보이는 의사들이 적지 않은 것도 어쩌면 피할 수 없는 일일 테다. 그러나 미국 뉴욕대 의과대 교수이자 저소득층 주민들이 주로 치료받는 뉴욕 벨뷰병원의 내과의사인 저자는 의사들이 사실 그 어느 집단보다 더 감정에 흔들릴 수 있는 인간임을 여실히 드러낸다.

자신의 판단으로 사람이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은 의사를 두려움으로 내몬다. 저자도 마찬가지다. 환자가 생사를 넘나드는 급박한 상황에서 머릿속이 하얘지기도 하고, 숨어 있는 폐색전증을 바로 발견하지 못해 환자가 평생 혈전 용해제를 먹어야 하는 처지가 된 뒤에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문제는 의사의 슬픔과 같은 감정이 치료에 영향을 준다는 것. 책에 따르면 어떤 의사는 환자가 죽고 치료에 실패했다는 느낌을 받고 난 뒤 이전보다 공격적으로 치료하게 된다고 보고했다. 역으로 치료 과정에서 환자가 불필요한 고통을 받게 됐다고 느낀 뒤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할 때도 소극적으로 물러선 경우가 있다고 보고한 의사도 있다.

그러나 슬픔은 의료의 일부분이고, 의사가 환자에게 갖는 감정적 유대는 여전히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한 조사에서 환자에게 공감하는 정도가 높은 의사에게 진료를 받은 이들의 당뇨병 합병증 발생률은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40%나 낮았다는 것이다. 체험이 진솔하게 담긴 책이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의사의 감정#다니엘 오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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