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근무 시대… 과로 사회를 꼬집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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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과잉-근로 양극화 책 쏟아져

‘주 52시간 근무’ 등 제도 변화가 시작되고 있지만 과로, 야근, 근로시간 양극화 등의 문제는 여전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디지털 시대의 노동문제를 탐색하는 다양한 책들이 최근 봇물 터지듯 출간되고 있다. 위즈덤하우스 제공
‘주 52시간 근무’ 등 제도 변화가 시작되고 있지만 과로, 야근, 근로시간 양극화 등의 문제는 여전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디지털 시대의 노동문제를 탐색하는 다양한 책들이 최근 봇물 터지듯 출간되고 있다. 위즈덤하우스 제공
일에 치여 은행 갈 시간 없는 은행원, 셀프 간호하는 간호사….

직장인의 애환을 위트 있게 그려온 웹툰작가 양경수 씨는 최근 고군분투하는 직업인들의 ‘웃픈’ 현실을 다룬 ‘잡다한 컷’(위즈덤하우스)을 펴냈다. 그는 “사회 분위기가 달라지고, 가치관이 달라져도 여전히 매일 잦은 야근에, 박봉에, 월요병에, 상사에게 치이고 일에 치이며 살고 있는 우리들”이라고 자조한다. 하는 일은 다 달라도 과로 중인 건 똑같아서다.

최근 ‘주 52시간 근무제’를 비롯한 근로시간 단축이 한국 사회의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면서 디지털 시대 과노동 문제를 다룬 책들이 잇따라 출간되고 있다. 각국의 장시간 노동문제와 해법을 모색하는 인문서부터 ‘사축’(社畜·회사 가축처럼 일하는 직장인) ‘쉼포자’(휴식을 포기한 사람) 등으로 대변되는 현실을 털어놓는 에세이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23일 인터넷서점 예스24에 따르면 노동·근로 문제를 다룬 도서는 주 52시간제 시행이 발표된 2월 이후 현재까지 총 19건이 출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8권)의 약 두 배에 이른다. 인문분야 책들은 특히 근로시간 단축과 근로여건 양극화 등 현재 우리 사회의 고민에 시사점을 주는 논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발상을 전환해 노동문제에 대해서도 ‘욜로’ 차원의 해결을 모색하는 에세이집들도 인기다. 웅진지식하우스 제공
발상을 전환해 노동문제에 대해서도 ‘욜로’ 차원의 해결을 모색하는 에세이집들도 인기다. 웅진지식하우스 제공
일본의 경제학자이자 노동전문가인 저자가 세계적 추세가 된 과노동 문제를 파헤친 ‘죽도록 일하는 사회’(지식여행), 유럽 노동시장에서 열띤 논쟁 중인 프랑스의 ‘주 35시간 근무’를 다룬 ‘주4일 근무시대’(율리시즈), 노동 선진국으로 알려진 독일의 불법노동 현실을 진단한 ‘버려진 노동’(나눔의집) 등이 대표적이다. 최연순 지식여행 본부장은 “과로, 야근 등 한국적 근로문화에 대한 반발이 지난해부터 출판계에서 꾸준히 나왔다면 이제는 그런 변화의 열망, 구조적 요인을 좀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려는 움직임이 생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격무나 경쟁에 치인 직장인들의 경험담과 반기를 든 사례를 앞세워 공감을 끌어내는 책들은 에세이 분야에서 인기다. 속도전에 지쳐 사표를 쓰고 느린 인생을 자청한 경험담인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웅진지식하우스)는 출간 한 달도 안 돼 5쇄를 찍었다. 황인화 편집자는 “지쳐 있는 이들이 많음을 방증하듯 ‘내 이야기 같다’고 공감하는 독자가 많다”고 전했다. ‘월화수목금금금’인 회사에서 살아남는 꼼수를 모색하는 ‘어차피 다닐 거면 나부터 챙깁시다’(허밍버드) 등 너무 애쓰며 살지 않아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위트와 감성을 담아 건네는 에세이는 꾸준히 늘고 있다. 과노동 문제에 ‘욜로(YOLO·You only live once)’나 ‘북유럽식 해법’으로 대처하려는 움직임이란 분석도 나온다.

출판평론가인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최근 출판에선 글로벌화, 자동화로 누적된 노동문제를 진단하거나 노동의 미래를 모색하는 작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며 “노동 문제가 사회의 중요 의제가 되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적 사고가 다양하게 표출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과로#노동과잉#주 52시간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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