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구운 책] 라마야나-어린시절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4월 30일 14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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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발의 총탄을 맞은 간디는 쓰러지면서 “오, 람!”이라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여기서 ‘람’은 ‘라마’를 뜻합니다. 라마는 끄르슈나와 더불어 인도가 가장 사랑하는 신이자, 사랑하는 아내를 버린 슬픔을 홀로 견뎌야 했던 인간의 이름입니다.

서양인들에게 문학사 최초이자 최고의 걸작이 무엇인가를 물으면 대부분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를 꼽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서사시들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남아시아 사람들에게 물으면 전혀 다른 답을 듣게 될 겁니다. ‘라마야나’가 그것입니다.
동북아시아 문화권(우리가 속한 문화권이죠)에서 ‘삼국지’, ‘수호지’, ‘서유기’를 빼놓을 수 없듯 남아시아에서는 라마야나를 옆으로 밀어놓고는 문화를 논할 수가 없습니다.

라마야나는 ‘마하바라따’와 함께 인도 최고의 서사시로 거론됩니다. 비단 인도뿐일까요. 앙코르와트의 석벽, 태국의 무용극 라콘과 가면극 콘, 자바와 발리의 춤에서도 라마야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라마야나에는 비슈누 신의 일곱 번째 화신인 라마가 등장합니다. 마하바라따에는 여덟 번째 화신인 끄르슈나가 주인공입니다. 두 서사시의 세계관이 매우 다르다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왕위를 미련없이 버리고 숲으로 들어가는 왕자 라마는 완전한 자기희생과 도덕성을 보여주는 인물입니다. 반면 마하바라따에서는 왕국을 두고 참혹한 전투를 벌이는 사촌 간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라마야나가 국내 독자들에게 낯선 이유 중 하나는 산스크리트어라는 언어의 높은 장벽일 것입니다. 실제로 산스크리트 원문을 번역할 수 있는 학자는 국내에 극소수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동양 최초이자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라마야나의 경우 전 권 중 이제 겨우 첫 권이 번역되었을 뿐입니다. 인도에서 산스크리트어와 베다어를 전공한 김영 박사가 한국 최초로 산스크리트어 원전을 번역하고 있습니다.

이 책 ‘라마야나(부북스)’는 그 출발점이라고 봐야할 듯합니다. ‘어린 시절’이라는 부제를 달고 첫 권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일리아스, 오디세이아를 합쳐놓은 것보다 훨씬 길다는 이 서사시가 하루빨리 완역되어 독자들 앞에 놓이기를 기대합니다.

아참, 마지막 한 가지.

라마야나에서는 주인공이 원숭이의 도움을 받아 구하고자 하는 것을 구하게 됩니다. 라마야나의 충신 원숭이의 이름은 하누만입니다. 이 하누만이 우리들이 좋아하는 손오공의 원형이라고 전해집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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