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4대 ‘공룡기업’들은 어떻게 세상을 집어삼켰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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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제국의 미래/스콧 갤러웨이·이경식 옮김/448쪽·1만8000원/비지니스북스

톰 크루즈가 주연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예지력을 가진 인간이 범죄 행위를 예견하는 미래 세상을 묘사한다. 그런데 구글은 이것보다 더 나은 예지 능력(?)을 갖췄다고 한다. 살인죄를 저지른 이들은 검색창에 주로 이런 내용을 입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살인과 과실치사 평균 형량” “잠든 사람을 죽이고 아무도 모르게 할 수 있을까요?”

어쩌면 스마트폰에 담긴 정보만으로 이미 범죄자를 교도소에 보낼 능력을 갖춘 것이다. 사람들 생각까지 다 들여다볼 수 있는 구글의 모토는 ‘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 “신에 가까운 이 기업의 성스러운 자비심을 강화하는 모토”란 게 이 책의 지적이다.

구글과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등은 21세기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공룡 기업들이다. 글로벌 시가총액 1∼4위를 다투고, 초일류 기술과 탄탄한 자본력, 최고의 인재들을 보유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의 눈부신 성공 뒤에 가려진 어두운 이면들이 최근 자주 입방아에 오르내린다. 페이스북은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주가가 급락했고, 애플은 고의적인 운영 시스템 다운그레이드 등으로 소비자 분노를 사기도 했다.

이 책은 이렇게 창의, 혁신의 상징으로 숭배받던 기업이 초래한 부작용과 다양한 허위 신화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한다. 예를 들어 아마존은 ‘웃는 얼굴의 파괴자’다. 물류나 판매 과정을 간소화함으로써 소매유통업 일자리를 파괴했다. 2015년 연방법원에 테러리스트 관련 정보를 제공하기를 거부해 논란을 낳았던 애플은 실은 창업자 우상화, 프리미엄 가격 등 사치품 브랜드 전략을 그대로 밟아 현재의 위상을 확립했다. 신격화돼 추앙받는 고 스티브 잡스에 대한 저자의 비판은 신랄할 정도다.

저자는 이들 기업이 한마디로 “비범한 도둑질과 사기”로 제국을 이뤘다고 주장한다. 일단 잘 훔친다. 애플은 매킨토시를 제작할 때 제록스가 만든 마우스 조작 방식의 그래픽 데스크톱을 훔쳤단다. 사기도 잘 친다. 뉴욕타임스 이사회에 참여했던 저자는 신문사들이 통째로 ‘구글’되는 사기(?)를 당하고도 여전히 어리둥절해하는 현실을 꼬집는다. 구글은 헐값에 얻은 고급 뉴스 콘텐츠를 자체 광고와 함께 배열해 수익을 독차지한다. 최근 국내에서도 큰 문제가 되고 있는 네이버 논란과 일맥상통한다.

이들의 미래가 영원히 장밋빛인 것도 아니다. 신흥 강자들이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제품 차별화, 앞선 투자, 호감을 주는 이미지, 고객 경험 통제 등의 능력을 갖춘 기업들이 언제든 이들을 대체할 수 있다. 알리바바, 우버, 에어비앤비 등이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특성과 한계에 대한 분석보다는 교묘한 독과점 등으로 비대하게 성장한 네 기업의 꼼수와 문제점을 파헤치는 데 주력한 책이다. 최근 불거진 네이버의 댓글 조작 문제 등 한국 역시 거대 공룡이 된 플랫폼 기업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마존이 한국 진출을 준비하는 등 이들 기업의 영향력은 우리 삶과도 직결돼 있다. ‘혁신적인 회사’ ‘가장 일하고 싶은 회사’로 추앙받는 거대 플랫폼 기업들의 명암을 한눈에 읽어내기에 유용하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플랫폼 제국의 미래#스콧 갤러웨이#이경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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