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에 기웃거리다 버스 안으로 올라온 방문객들은 내부를 보고 탄성을 냈다. 버스 안에는 문학, 여행서부터 인문, 과학 등 분야를 망라한 최신 서적이 깨끗이 진열된 책장과 올림픽 홍보 영상이 나오는 50인치 대형 스크린, 마음껏 책을 읽고 쉴 수 있는 널찍한 의자와 여유 공간까지 갖추고 있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사단법인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대표 김수연 목사)이 운영하는 책 읽는 버스가 평창 올림픽을 맞아 8∼25일 강릉에 정차한 것.
강릉역에서 올림픽 관련 물품을 관리하는 자원봉사자 전수련(20), 은태현(23), 장철운 씨(24)는 잠시 짬을 내 쉬러 나왔다가 책버스를 발견하고 연신 환호성을 질렀다. 고성에 있는 숙소에서 강릉까지 오가며 자원봉사 중인 이들은 일이 끝난 뒤 여가시간에 할 일이 마땅치 않았다며 반겼다. 전 씨는 “올림픽 중에도 책과 함께할 수 있는 장소가 있어 뜻깊다. ‘언어의 온도’를 꼭 읽어보고 싶었는데 진짜 잘됐다”며 열심히 책장을 넘겼다.
책버스에 오른 방문객의 눈길을 가장 먼저 끄는 인기 아이템은 단연 문학 자판기였다. 긴 글, 짧은 글 중 하나를 선택해 버튼을 누르면 추천하는 문학 작품 내용의 일부분이 출력돼 나온다. 윤동주 김영랑의 시부터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 한 구절 등 각양각색이다. 어떤 글귀가 나올지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재미는 덤이다.
책버스 인근 행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최힘찬 씨(24)는 문학자판기에서 3장을 연이어 뽑아갔다. 최 씨는 “일하는 중엔 책을 읽기가 어려운데 문학자판기는 한 장에 좋은 글이 정리돼 있어 틈틈이 보기에 안성맞춤”이라며 “명작의 글귀를 여러 장 챙겨가니 마음이 든든하다”고 말했다. 입소문이 나서 오후 내내 최 씨의 동료 아르바이트생들이 이곳에 들렀다 가기도 했다.
강릉을 찾은 관광객에게 책버스는 또 하나의 인상 깊은 추억이 되고 있었다. 서울에서 놀러온 정희윤 씨(20) 일행은 올림픽이 열리는 곳에 도착했다는 흥분이 가시기도 전에 책버스를 발견하고 더 들떴다. 김민우 씨(20)는 “처음엔 ‘책 읽는 버스’라고 해서 헌혈하고 나면 책을 선물로 주는 건가 했다”며 웃었다. 김 씨는 “문학을 좋아하는데 이런 공간이 있다니 정말 반갑다”며 문학자판기에서 글귀를 뽑아 친구들에게 하나씩 나눠 줬다.
미국 일본 중국 등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도 호기심을 보이며 책버스를 찾았다. 영어 동화책 코너가 따로 있어 가족 단위의 외국인들도 잠시 쉬어갈 수 있다. 이들을 위해 역대 겨울올림픽을 개최했던 12개국 작가들이 쓴 그림책을 모은 작은 특별전과 한국 문화, 역사를 소개하는 다국어 도서전도 마련했다. 책버스는 하루 평균 100여 명이 꾸준히 찾고 있다. 설 연휴에도 정상 운영한다. 패럴림픽 기간(3월 9~18일)에도 운영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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