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신춘문예 2018/시나리오]행복설계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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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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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선소감 - 김경원 씨

제 글로 만든 영상이 따뜻한 감동 안겨줄 날 기대


김경원 씨
김경원 씨
짝사랑도 이런 짝사랑이 없습니다. 반하고 설레고 두들겨보다 낙심하고 그런데도 다시 보게 되는…. 그것은 저에게 늘 인색하기만 합니다. 콩깍지가 제대로 씌었나 봅니다. 세상 무엇보다 예뻐 보이고 너무 소중합니다. 보기 싫게 튀어나온 부분도 다듬고 다듬다 그것마저도 품게 됩니다. 그런데도 살가운 말 한 번 건네지 않습니다. 무심함에 지쳐 뻥 차버리려고 하니, 그 안에 지난날 나의 시간들이 빼곡히 담겨 그게 제가 돼버렸습니다. 글이라는 것이 말입니다.

마감에 쫓겨 정신없이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순간에 당선 연락을 받았습니다. 캐릭터는 울고 있는데 ‘배시시’ 비집고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어서 결국, 잠깐 글쓰기를 중단했네요. 정말 오랜만에 마음껏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영상으로 옮겨져야 하는 글이기에, 가야 할 길이 멀고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것을 잘 압니다. 그 안에 들어갈 많은 사람의 노력을 감안하면 책임감은 더욱 무거워집니다. 그래도 제가 쓰는 글이 언젠가는 많은 이들을 웃게 하고, 따뜻한 감동을 안겨 줄 거라는 기대를 버리지는 않겠습니다.

때로는 지지자로, 때로는 냉정한 관객으로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남편과 가족, 친구들, 가르침을 주셨던 선생님께도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계속해서 달려갈 힘을 주신 심사위원분들께도 감사를 전합니다.

△1975년 서울 출생 △성신여대 일어일문학과

● 심사평

소재-전개 신선하고 재치 만점… 완성도 높아


주필호 씨(왼쪽)와 이정향 씨.
주필호 씨(왼쪽)와 이정향 씨.
커플 매니저에서 이혼 플래너가 된 여성을 그린 ‘행복설계사무소’, 미제 사건을 15년 전 연쇄살인범의 소행으로 몰아가는 형사 앞에 진범이라 주장하는 남자가 나타나는 ‘철수삼촌’, 출산은 인생의 늪이라고 여기는 정치부 여기자가 쌍둥이를 낳고 베이비시터계의 신과 같은 이모님을 만나는 ‘육아의 신’을 놓고 고민했다.

졸혼, 휴혼 등 이혼 관련 단어들이 만들어지는 요즘, 아이러니한 설정의 인물을 내세워 행복과 사랑을 찾는 과정을 보여주는 ‘행복설계사무소’를 망설임 없이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소재가 신선하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다 재치 있고 완성도도 높았기 때문이다.

‘철수삼촌’은 초반 설정이 강렬했지만 진범의 비밀이 밝혀지는 부분에서 다소 힘이 빠졌다. ‘육아의 신’은 정치권에 대한 묘사가 이야기를 진부하게 만들었다. 주인공이 쌍둥이를 낳고 육아의 신을 만나는 과정에서 펼쳐지는 코미디로 접근하면 좋을 듯하다.

‘프롬, 안드로메다’도 따뜻한 여운이 남지만 갈등이 약하고 작은 이야기였다.

주필호 주피터필름 대표·이정향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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