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동물도 인간처럼 고향을 그리워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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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소 본능/베른트 하인리히 지음/이경아 옮김/462쪽·1만8000원·더숲

저자의 가족은 2차대전으로 독일에서 미국으로 이주해 메인주의 시골 마을에 정착했고, 저자는 자연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책은 캘리포니아에서 교수생활을 하다가 고향으로 돌아간 저자의 회고록이기도 하다. 사진은 저자가 숲속에 지은 오두막을 스케치한 것이다. ⓒBernd Heinrich
저자의 가족은 2차대전으로 독일에서 미국으로 이주해 메인주의 시골 마을에 정착했고, 저자는 자연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책은 캘리포니아에서 교수생활을 하다가 고향으로 돌아간 저자의 회고록이기도 하다. 사진은 저자가 숲속에 지은 오두막을 스케치한 것이다. ⓒBernd Heinrich
“저 강들이 모여드는 곳, 성난 파도 아래 깊이, 한 번만이라도 이를 수 있다면.”

가슴이 먹먹해지는 고(故) 신해철의 노래 ‘민물 장어의 꿈’에서 뱀장어는 “아무도 내게 말해 주지 않는 정말 내가 누군지 알기 위해” 바다로 간다. 내가 누군지 말해주는 곳이 고향이라면, 이는 시적 표현만은 아니다. 민물에 사는 뱀장어의 고향은 바다다.

우리가 먹는 뱀장어는 필리핀 인근의 따뜻한 바다, 미국장어나 유럽장어는 사르가소해(북대서양 서인도제도와 아조레스제도 사이 해역)에서 알을 낳는 것으로 추정한다. 책에 따르면 사르가소해에서 부화한 뱀장어 유생은 멕시코 만류를 타고 표류한다. 강 냄새는 맡아본 일도 없지만 어느 정도 자라면 이른 봄 대서양 연안의 강과 시내를 거슬러 오른다. 호수에서 8년 넘게 살며 살을 찌우고 다시 수천 km를 헤엄쳐 사르가소해에서 알을 낳고 죽는다.

이 책은 본능적으로 고향과 같이 특정한 장소로 향하는 조류, 어류 등 다양한 생물을 조명한다. 조류학자들은 영국 웨일스 앞바다에서 슴새를 잡아 슴새가 한 번도 발견된 적이 없는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놓아주었다. 슴새는 바다가 아니라 알프스산맥으로 방향을 잡아 341시간 10분 만에 자신의 둥지로 돌아왔다. 미국 동부 보스턴에서 놓아준 슴새도 12일 12시간 만에 5000km를 날아 집으로 돌아왔다.

이들은 자신이 어디에 있고, 가고자 하는 곳이 어디인지 어떻게 찾을까. 특히 이정표가 없는 바다를 무대로 살아가는 동물들이 주목된다.

이런 새들은 낮에는 태양을 나침반처럼 활용하고, 밤에는 별자리를 본다고 한다. 휘파람새는 실험에서 플라네타륨(별자리를 투영시켜 보여주는 장치)으로 보여주는 별자리에 따라 방향을 달리 했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유리멧새가 북쪽 하늘의 별을 이정표로 삼는다는 것과 이들이 학습을 통해 별자리를 분간하고 방향을 추정한다는 것도 알게 됐다. 심지어 새들은 중력 방향에 대한 지구 자기장의 방향 차이를 감지해 위도를 알 수 있고, 지구 자기장의 이미지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저자는 뒤영벌, 큰까마귀 등을 연구해 동물행동학에서 업적을 냈고 수십 권의 저서를 낸 미국 버몬트대 명예교수다. 그 자신도 이직한 뒤 미국에서 가장 큰 삼림지대가 있는 메인주의,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으로 돌아갔다. 자신이 지은 숲속 오두막에서 살며 관찰한 주변 동물들의 이야기가 생생하다. 비버나 벌 등 ‘동물들이 집을 짓고 가꾸는 법’도 책은 소개했다.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 꿈엔들 잊으리오 그 잔잔한 고향바다.”(이은상, ‘가고파’)

어딜 가나 ‘우리 집’이 제일 좋고, 명절이면 고향으로 향하는 게 사람들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기억과 감정을 갖는 능력은 인간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동물은 우리에게 없는 특정한 감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귀소 본능#베른트 하인리히#이경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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