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일상의 작은 순간이 특별한 의미가 될 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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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오늘이 참 놀라워서/황선미 지음/368쪽·1만4000원·예담

2000년에 출간돼 160만 부 이상 판매된 ‘마당을 나온 암탉’을 쓴 황선미 작가의 첫 번째 에세이다.

11세 무렵부터 습관처럼 일기를 써 왔다는 작가에게 사사로운 일상은 “픽션을 위한 자잘한 팩트”이며 “징검돌을 건너기 위한 도움닫기”다. 인터넷에서 우연히 보게 된 마라토너 이봉주의 이야기, 김광석의 노래, 파리나무십자가합창단 공연까지 특별할 것 없는 일에서도 통찰을 얻어내고 교훈으로 삼는다. 빵과 커피로 소소하게 차린 점심 메뉴까지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모두 동화나 소설의 밑거름이 될 조각들이다.

중학교에 가야 할 나이였지만 가난한 가정 형편 탓에 상급 학교에 진학할 수 없었던 어린 시절을 서술한 부분에선 그의 문학 작품을 이해할 실마리도 찾을 수 있다. 친구들과 마주치기 싫어서 집 안에만 틀어박혀 슬픈 결말의 이야기 짓기를 즐겼다는 대목에선 힘찬 도전과 희망으로 시작해 좌절과 실패로 끝나버려 안타까운 여운을 주는 그의 동화가 겹쳐 온다.

지방 소도시에 강연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면전에서 굴욕을 당하는 등 불쾌한 일을 당한 저자가 본인의 생각을 풀어내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자기 자신과의 대화인 글쓰기를 통해 억울하고 분한 감정의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며 정리한다.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대범해지지 않는 나 자신이 나를 자극하는 이 불행.”

‘산다는 건 잡초가 무성한 땅을 정리해 꽃을 찾아내고 의미를 부여하는 일’이라는 작가가 직접 그린 꽃과 나무, 열매 등 식물 그림 20점도 함께 수록됐다. 이파리의 수맥도 들여다보일 것같이 색깔과 형태의 묘사가 세밀하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가끔 오늘이 참 놀라워서#황선미#마당을 나온 암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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