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농사를 짓겠다는 이들이 있다. 실제 집에서 온갖 채소와 과일을 키우며 차근차근 준비하는 경우도 봤다.
‘윤구병 일기 1996’(윤구병 지음·천년의 상상·3만5000원)은 철학과 교수였던 저자가 농부가 된 후 1996년에 쓴 일기를 묶은 책이다. 920쪽에 달하는 일기에는 아침에 일어나 닭 모이를 주고, 장독 뚜껑을 열고, 검정콩과 고추를 볕에 말리는 일상이 펼쳐진다. 저자는 사람이 함께 사는 건 고슴도치가 서로 껴안는 것과 같아 상처가 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를 치유하는 건 자연이다. 씨알 하나만 심으면 수백, 수천 알을 주고, 아끼려 해도 썩기 때문에 나누는 걸 배우게 된단다. 농촌 사람들이 활기차고 밝은 건 자연이 하라는 대로 하기 때문이라는 것. 자연 속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담백한 일상에 삶에 대한 묵직한 성찰이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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