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도시 개발… 치솟는 집값, 가난의 수렁에 빠진 빈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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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겨난 사람들/매튜 데스몬드 지음/황성원 옮김/540쪽·2만5000원/동녘

 6명이 숨진 2009년 1월 19일 용산 참사는 재개발에 따른 철거에서 비롯됐다. 우리나라에서 철거민 시위는 민주화 시위와 더불어 매우 격렬하게 진행됐으며, 철거 대책 개선에 큰 영향을 끼쳤다. 사람에게 집은 인간다움을 형성하는 기본권 중 기본권이기 때문이다.

 미국 하버드대 사회학과 교수인 저자는 강제 퇴거가 빈곤층에 미치는 영향을 매우 실증적으로 규명해 냈다. 복잡한 통계와 도표로 현상을 분석하는 보통의 강단 학자들과 달리 그는 밀워키 지역 빈민층 속으로 직접 들어가 1년 넘게 생활했다. 일종의 참여 관찰 기법을 통해 퇴거당한 가족의 실상과 심리를 디테일하게 포착했다.

 저자에 따르면 미국 빈곤층 가정은 소득의 절반 이상을 주거비에 쓰고 있다. 이들 가정의 넷 중 하나는 주택 임차료와 공과금을 내는 데 소득의 70% 이상을 지출한다. 아이들에 대한 교육비나 여가 비용에는 돈을 쓸 여지가 거의 없는 셈이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값 폭락의 여파로 강제 퇴거 조치를 당하는 가정이 크게 늘었다.

 안타까운 건 갈수록 퇴거에 대한 공동체의 연대감이 희미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1930년대만 해도 퇴거 집행관에 맞서 수천 명의 이웃이 힘을 합쳐 폭력까지 행사하는 게 다반사였다. 그러나 이제는 퇴거 통보를 받은 당사자들마저 어깨를 늘어뜨린 채 조용히 거리로 나서고 있다. 빈곤의 책임이 오로지 개인에게만 전가되고 빈민층 스스로 위축된 심리를 갖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대다수 빈곤층은 시혜만 바라는 빈대 같은 존재가 아니라 자신만의 꿈을 갖고 사회에 기여하기를 원하는 일원임을 강조하고 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쫓겨난 사람들#매튜 데스몬드#용산 재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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