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남들과 조금 다르지만 나는 행복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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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데포/시시 벨 지음·고정아 옮김/248쪽·1만4500원/밝은 미래

표지 그림 속에서 한 아이가 하늘을 날아요. 가슴에 차고 있는 기계에 선이 연결되어 있네요. 그 선을 구름에 묶어놓은 덕분에 하늘을 날고 있어요. 그 선들이 꼬불꼬불 글씨를 만듭니다. ‘엘 데포.’ 데포는 청각장애인이란 뜻이고 엘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무엇에 붙이는 관사입니다. 현실은 ‘데포’지만, 자기 자신은 ‘엘 데포’이고 싶은 아이의 건강한 자아를 상징합니다.

아이는 네 살에 뇌수막염을 앓고 귀가 안 들리게 됩니다. 처음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죠. 누군가 사탕을 주고, 언니 오빠가 다정하게 대하는 것만 좋았을 뿐입니다. 그런데 조금씩 이상한 게 느껴집니다. 세상이 너무 조용해졌어요. 소리쳐 불러도 엄마는 대답이 없었어요. 무엇이 달라졌는지 깨달았습니다. ‘소리가 안 들려….’ 그러고 보니 아이가 귀가 긴 토끼로 그려져 있어요. 귀를 좀 더 강조하는 의미겠죠.

세상은 불편했습니다. 안 들리는 것도 그랬지만, 상대방의 방향을 잃은 친절함도 불편했어요. 보청기의 줄은 주인공이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징표 같았습니다. 표지 그림에 그려진 그 줄 말입니다. 그런데 그 줄이 자신에게 특별한 능력을 주는 역할을 합니다. 덕분에 아이들이 주변에 모입니다.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만화로 그렸습니다. 소리가 들리지 않는 상황은 만화여서 훨씬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점점 흐려지는 말풍선 글씨나 텅 빈 말풍선을 보는 것만으로도 아이의 상황이 이해됩니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누구나 마음속에 건강한 자아를 키워냅니다. 우리 아이들 마음속 ‘엘 데포’는 어떤 모습일까요? 그에게는 어떤 이름을 붙일까요?

김혜원 어린이도서평론가
#엘 데포#시시 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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