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파는 상점에서 책 읽는 공간으로… 교보문고의 새 실험 ‘도서관형 서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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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을 찾은 독자들이 대형 독서 테이블에서 책을 읽고 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25일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을 찾은 독자들이 대형 독서 테이블에서 책을 읽고 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25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 서점 내에는 길이 11.5m, 폭 1.5∼1.8m, 무게 1.6t의 독서 테이블 2개가 설치돼 있다. 뉴질랜드산 대형 카우리 소나무로 만든 이 테이블에는 1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앉아 책을 읽었다. 서점이 아니라 마치 도서관에 있다는 착각을 일으켰다. 이 소나무 테이블을 설치하는 데만 4억3000만 원이 들었다.

다음 달 초까지 리모델링이 진행 중인 광화문점 곳곳에는 한 명, 혹은 두세 명이 책을 볼 수 있는 소파형 의자들이 놓였다. 서가와 매대를 비롯해 전체 공간이 원목 소재로 바뀌어 북카페 같은 분위기도 풍긴다.

이곳에서 만난 대학생 김해성 씨(23)는 “그간 서점 바닥에 앉아 책을 읽는 사람이 많아 책을 보는 사람이나 통행하는 사람 모두 불편했다”며 “서점 환경이 좋아져 책을 사러 왔다가 1시간째 책을 읽고 있다”고 말했다. 교보문고 측은 “공사가 마무리되면 400석 이상의 책 읽을 공간이 생길 것”이라며 “전국 14개 매장도 점차 변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출판 전문가들은 서점업계 1위 교보문고의 ‘도서관형 리모델링’은 단순한 인테리어 교체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분석한다. ‘책을 파는’ 상점에서 ‘책을 읽는’ 문화공간으로 전환되는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전국에 13개 매장을 가진 반디앤루니스 황지현 팀장은 “서점은 책만 사는 곳이 아닌 문화에 참여하는 공간이 될 것”이라며 “영어 구연동화, 컬러링 북 시연회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출판사들은 대형 서점의 변신에 우려를 표시하기도 한다. 한 출판사 마케팅 담당자는 “서점들이 도서관형으로 바뀌면 매대 등 책을 노출시킬 수 있는 공간 자체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매대 이용비와 광고비가 오르면 규모가 큰 출판사 책들만 노출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보문고 측은 “리모델링 전 온라인 주문 후 책을 받아가는 바로드림센터에서 책 읽을 공간을 충분히 만든 결과 오히려 책 판매도 증가했다”며 “노출 공간은 줄어도 사람들이 서점에서 편안하게 책을 읽다 보면 판매도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일본에서 명물이 된 쓰타야 서점의 경우 인문, 역사, 문학 등으로 책을 진열하지 않고 ‘여름휴가에 읽을 책’ 등 주제와 상황에 맞게 공간을 변화시켜 독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며 “온라인 서점에서 얼마든지 책을 살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에 오프라인 서점들이 독자에게 무언가 다른 문화적 경험을 주려는 시도는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교보문고#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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