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한 영혼들의 내면 감각적으로 표현…오즈의 작품세계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30일 15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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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문학상 최종후보에 오른 아모스 오즈

현대 히브리 문학의 거장으로 불리는 아모스 오즈는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해왔다. 그는 
대외적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 공존을 위한 활동에 참여하는 등 행동하는 지식인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현대 히브리 문학의 거장으로 불리는 아모스 오즈는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해왔다. 그는 대외적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 공존을 위한 활동에 참여하는 등 행동하는 지식인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올해로 5회째를 맞는 박경리문학상 최종 후보에는 이스라엘 작가 아모스 오즈(76)가 포함됐다. ‘나의 미카엘’ ‘여자를 안다는 것’ ‘삶과 죽음의 시’ 등의 소설이 번역 출간돼 국내에도 이름이 알려진 작가다.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사색적이면서 통찰력 있는 작품을 쓰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작품을 통해서뿐만 아니라 실생활에서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한 활동을 펼치는 작가다. 소설가이자 서강대 교수인 최현무 박경리문학상 심사위원이 그의 작품세계를 소개한다.》
1939년 예루살렘에서 태어난 아모스 오즈는 2000년의 긴 침묵을 깨고 1948년 독립국가로 재탄생한 이스라엘의 현대사를 그대로 몸에 새기고 있는, 이스라엘의 대표적인 작가다. 그와 동시대의 많은 이스라엘인들이 그랬듯이 오즈는 16세부터 30년 동안 키부츠 훌다(사유재산이 인정되지 않는 공동체)에서 생활했으며, 제3차 중동전쟁인 6일 전쟁, 그리고 제 4차 중동전쟁인 욤키푸르 전쟁에 참여했다. 그는 또한 히브리어로 소설을 쓰고 출판하는 1세대 작가이기도 하다.

그를 키운 이 정착기의 이스라엘의 독특한 배경으로 인해 서구문학에 익숙한 독자들에게 오즈의 문학세계는 다소간 생소하게 다가온다. 그것은 오즈의 소설 속 인물들에게 배경적으로 내재해 있는, 어쩌면 누적된 고통이라고 밖에는 수식할 수 없는 실존적 고통과 그들의 심연에 드리워져 있는 고독의 깊이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이스라엘이라는 지역적 해석을 뛰어넘어 현대인이 공유할 수 있는 인간성의 보편적인 성찰로 독자들을 이끄는 강한 힘이 있다.

소설가 아모스 오즈의 작품 세계는 이러한 개인적인 삶과 독립해서 고려하기 어렵다. 건국의 모든 부침을 경험하고 이스라엘이 지정학적으로 겪은 모든 분쟁과 갈등을 일상으로 경험한 작가답게 오즈는 팔레스타인과의 평화적 공존을 늘 정치적으로 옹호해 왔으며 1978년에는 이스라엘 평화단체인 ‘피스 나우(Peace Now)’를 설립해 이끌어 왔다. 이러한 역동적인 작가적 삶은 그가 쓴 작품 세계와 언뜻 보면 매우 이례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소설가로서의 아모스 오즈는 매우 세심하고 민감한 영혼들의 내면을 그리는데 뛰어나다. 대외 활동으로는 강한 남성성을 보이지만 ‘나의 미카엘’ ‘블랙박스’ 등의 소설에서는 매우 여리며 깊고 세심한 여성 서술자를 통해 인간의 저변에 대한 깊은 이해를 보여준다. 그 문체 또한 매우 감각적이며 시적인 면모를 보인다.

한편으로는 키부츠에서 노동자로서의 삶을 지속하면서 외부적으로 이 운명적인 지역을 살아내고 있는 지식인의 정치적 참여가 있다면, 그의 소설은 이러한 복합적인 현실을 살아가는 현대인, 현대 이스라엘인들의 삶의 실존적인 문제를 보편화해서 드러내고 있다.

오즈에게 세계적 작가로서의 명예를 가져다 준 작품은 29세 때 발표한 ‘나의 미카엘’이다. 이 소설은 꿈과 환상을 품고 만나 결혼한 한나 고넨과 남편 미카엘 부부의 삶을 다뤘다. 이야기는 부재의 고통에 시달리는 한나의 입장에서 서술돼 있다. 무언가 죽어가고 있는 것 같은 일상의 허무함, 사랑하던 것들이 희망을 잃어가는 것을 불안하게 바라보는 여성의 심리가 이스라엘의 한 여인의 삶을 넘어서 현대인의 공허로 해석되는 것은 바로 그 세심하고도 뛰어난 작가의 내면 서술의 힘이라고 하겠다.

작가는 ‘여자를 안다는 것’ ‘사랑과 죽음의 시’에서도 현대인의 실존에 대한 성찰을 작품의 근간으로 삼는다. 연인(‘여자를 안다는 것’), 부부(‘나의 미카엘’), 부모와 자식(‘블랙박스’), 친구(‘친구 사이’) 등 인간의 관계의 문제에 대한 세심한 통찰력이 그의 시적인 소설들의 공통적인 특징이다. 인간의 삶에 스며드는 허망, 외로움, 실망, 결여…. 그것으로 인하여 작가가 결국 되돌아오게 되는 공동체적인 가치의 의미가 드러난다.

균형적인 시선, 미세한 내면의 조명, 인간 실존의 이율배반적이면서도 적나라한 관찰은 오즈가 배치하는 인간의 관계를 통과하면서 질문으로 되돌아오기에 대부분의 독자들은 작가가 던지는 존재적 질문 앞에 오래 머물 수밖에 없다.

그는 키부츠에서의 교사 경험으로 청소년과 아이들은 위한 많은 글을 쓰기도 했다. 수 년 동안 노벨상 후보에 오르고 있고 독일의 국제 평화상, 프랑스의 페미나상, 이스라엘 문학상 등 세계적 명성을 누리는 작가인 그는 이스라엘 남부에 있는 사막 한가운데의 도시 아라드에 기거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분석하는 독서보다는 ‘조용한 행복’ ‘단순한 기쁨’의 독서가 되기를 요청하기도 하는, ‘쓰기를 멈추지 않는’ 작가이다.

최현무 서강대 프랑스문화학과 교수

○ 최현무 심사위원은…

서강대 프랑스문화학과 교수. 소설가. 필명 최윤. 저서로 소설 ‘오릭맨스티’ ‘첫 만남’ ‘마네킹’ ‘열세 가지 이름의 꽃향기’ ‘겨울, 아틀란티스’ ‘저기 소리 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 등이 있다. 대한민국문학상,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대산문학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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