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각국 최고 권력자 식탁의 진실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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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셰프/질브라가르,크리스티앙루도지음/안선희 옮김/243쪽·1만3500원·알덴테북스

내년 1월 8일 국내 개봉 예정인 영화 ‘아메리칸 셰프’(원제 ‘Chef’)의 주제는 ‘요리하는 행복의 근원’이다. 식탁에 앉아 음식을 먹는 행위 주변만 신경 쓰다 보면 음식을 만든 요리사의 심리를 지나쳐 잊기 쉽다. 영화 ‘아메리칸 셰프’ 속 두 가지 주요 갈등은 요리사와 레스토랑 주인, 요리사와 음식평론가 사이에서 발생한다. 셰프 입장에서 이 두 갈등은 요리하는 행복과 별 상관이 없다.

책은 국가수반의 끼니와 귀빈만찬을 책임진 경험을 가진 셰프들을 인터뷰해 이런저런 사연을 엮었다. 이들의 레스토랑 주인은 대통령 또는 총리다. 음식평론가는 정상회담을 위해 방문한 타국 수반이다. 셰프 입장에서, 이 특수 상황이 요리하는 행복에 직접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전 대통령 재임 기간에 크렘린궁 수석주방장을 지낸 제롬 리고는 “레스토랑 주방에서 문제가 생기면 요리사가 손님 자리로 찾아가 양해를 구하고 디저트나 샴페인을 제공하면 된다. 하지만 대통령에게는 ‘식사 값은 지불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음에 꼭 다시 찾아주세요’라고 말할 수 없다. 귀빈만찬에서 요리사의 실수는 대통령의 실수로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저자는 현역 국가수반 담당 셰프만 회원으로 인정한다는 ‘국가 정상들의 셰프 클럽’ 설립자와 정치전문 저널리스트다. 셰프의 보람이나 속사정을 깊이 있게 파헤치기보다는 고용 과정, 위기, 해고 사연 등 흥미를 끌 소재를 발췌해 엮었다. 이들이 맡은 바 임무에 비할 만한 묵직한 감흥을 전하는 문장은 없다. 외신 가십을 가볍게 훑는 정도의 재미는 넉넉하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대통령의 셰프#아메리칸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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