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정가제 실시 한 달, 출판계 변화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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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 2013년보다 4.4% 감소… 새책 값 평균 11% 떨어져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 지난달 21일 시행된 새 도서정가제에 대한 설명문이 붙어 있다. 시행 한 달 동안 도서 판매량은 줄고 가격은 다소 내렸다. 동아일보DB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 지난달 21일 시행된 새 도서정가제에 대한 설명문이 붙어 있다. 시행 한 달 동안 도서 판매량은 줄고 가격은 다소 내렸다. 동아일보DB
관심과 우려 속에 시행된 새 도서정가제가 20일로 도입 한 달을 맞는다. 할인율을 최대 15%로 제한하는 새 도서정가제 도입을 앞두고 할인 가격에 사려는 소비자가 몰리면서 인터넷서점 서버가 다운되는 소동을 겪었고 ‘제2의 단통법’(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란 비판도 나왔다. 새 정가제 시행 한 달간 출판계에 생긴 변화를 이슈별로 분석했다.

○ 도서 판매량, 온·오프라인 차이 커

우려와 달리 도서 판매가 급감하진 않았다. 오프라인 서점 교보문고의 경우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15일까지 25일간 판매된 도서 권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 하락했다. 온라인 서점 판매량은 하락 폭이 조금 더 컸다. 온라인 교보문고는 7.2%, 예스24는 17.8% 감소했다. 분야별로 보면 ‘가정과 생활’ 분야가 36.7%, ‘국내문학’과 ‘해외문학’이 각각 33.5%, 29.5%로 감소 폭이 컸다

중소서점의 경우 새 정가제의 영향이 거의 없었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 성미희 총괄실장은 “동네서점은 매출이 늘지도, 줄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예스24 윤미화 컨텐츠미디어팀 대리는 “성수기인 12, 1, 3월이 지나봐야 변화 추이가 드러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책값 거품은?

도서 가격이 하락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교보문고가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출간된 신간 2302종의 평균 가격을 분석한 결과 1만5409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신간 가격(1만7333원)보다 11.1% 싸졌다. 특히 아동서는 2만4569원에서 1만3129원으로 1만1000원이, 유아서는 1만3775원에서 9888원으로 3900원 가까이 하락했다. 이들 분야 책의 가격 거품이 그만큼 컸다는 의미다. 다만, 이 기간에 출간된 도서권수(2302종)는 지난해(2891종)보다 20.3% 감소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김일환 출판인쇄산업과장은 “신간 가격이 내렸지만 시행된 기간이 짧고 책 종수도 적어 거품이 빠지고 있다고 단정하긴 어렵다”며 “6개월가량 지나야 가격, 판매량의 실질적 변화가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 내년 1학기 참고서 가격 4.5% 인상될 듯

새 정가제로 ‘초등학교 참고서’에 대한 할인 제한(15%)이 생기면서 참고서 값을 걱정하는 학부모가 많았다. 할인 혜택이 줄어 사실상 가격이 오를 것이란 의견과 거품이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렸다.

문체부가 새 정가제 전후 국내 대형 참고서 출판사 4곳의 참고서 가격을 조사한 결과 곧 시판될 2015년 1학기 참고서 가격은 지난 학기보다 평균 4.5% 인상됐다. 2014년 1학기 인상률(3.3%), 2학기 인상률(0.5%)보다 1∼4%포인트가량 오른 것. 참고서 출판사들은 “새 정가제의 영향이라기보다는 저작권료 인상, 구매자 감소로 인한 단가 상승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 재정가 도서는 턱없이 부족

새 정가제에는 18개월이 지난 책의 가격을 다시 정할 수 있는 ‘재정가제도’가 포함됐다. 가격을 낮추라는 취지였다. 하지만 현 시점에선 재정가 상황은 기대에 못 미친다.

지난달 21일 이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도서 재정가 공표시스템에 공지된 재정가 신청 도서는 1300여 종이다. 이들 책의 약 80%는 어린이 책이거나 철 지난 실용서, 어학서다. 한 출판사 대표는 “양질의 스테디셀러는 재정가를 안 해도 잘 팔리는 데다 재정가를 하려면 책을 반품 받아 일일이 표지를 갈아야 한다”며 “재정가가 스스로 가치를 낮추는 일이라는 인식도 있다”고 귀띔했다.

○ 각종 ‘편법 할인’에 우려의 목소리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최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제유아교육박람회에서 출판사 2곳이 15% 이상 할인된 가격으로 책을 팔다가 정가제 위반으로 적발됐다. 또 연말을 맞아 온라인 서점에는 장난감과 책을 묶은 세트 상품을 통해 책을 할인 판매하고 있다. 세트 상품은 국제표준도서번호(ISBN)가 아닌 일반상품으로 등록돼 정가제 적용이 안 된다. 책 크기와 종이 질을 조금만 변형시킨 후 홈쇼핑을 통해 50% 이상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기도 한다. ‘새 정가제의 사각지대만 연구하는 출판사가 많다’란 소문이 돌 정도.

한국출판연구소 백원근 책임연구원은 “새 정가제에서 세밀히 정리하지 못한 부분은 시행령으로 보강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판유통심의위원회는 18일 서울 마포구에서 회의를 열고 새 정가제 한 달간의 문제점을 논의할 계획이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도서정가제#단통법#책값 거품#참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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