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펼치면 고서를 읽는 듯한 착각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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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의 인상’ ‘더블, 더블’ 등… 헌책처럼 만든 새 책들 출간

1916년 발간한 것처럼 누렇게 변색된 종이를 사용한 책 ‘미주의 인상’. 현실문화 제공
1916년 발간한 것처럼 누렇게 변색된 종이를 사용한 책 ‘미주의 인상’. 현실문화 제공
입으로 훅 불면 먼지가 날리고, 누렇게 변한 종이가 바스라질 것 같은 ‘새 책’이 나란히 출간됐다.

출판사 현실문화는 ‘동아시아 근대와 여행’ 총서 시리즈 첫 책으로 동아일보 창간 기자이자 조사부장 출신인 김동성(1890∼1969)의 ‘미주의 인상’을 최근 출간했다. 이 책은 그가 1916년 미국에서 한국인으로선 처음으로 발간한 영문 단행본 ‘동양인의 미국 인상기’를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또 출간 당시 미국 언론에 실린 서평, 책 내용 일부를 우리말로 번역해 1918년 매일신보에 게재한 ‘미주의 인상’ 연재 기사도 실려 있다.

신시내티 인콰이어러 편집장 W F 윌리는 단행본 서문에서 “서구 문명의 사유와 활동과 약점을 포착하고, 이해하고, 그에 적응하는 동양정신의 다재다능함과 민첩함을 드러내는 작품이다. 저자의 천재성은 본문과 삽화 모두에서 보이는 기발하고 건전한 유머를 통해 한층 더 강조된다”고 썼다.

책을 펼치면 1916년 출간된 고서를 읽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속지는 세월이 흘러 누렇게 변한 듯한 느낌을 준다. 면지(표지 안쪽)도 미국 도서관에 보관된 단행본 면지 PDF 파일을 받아 그대로 사용했다. 일부 글씨체도 당시 타자기로 쓴 것 같은 ‘타이프라이터 서체’를 썼다.

현실문화는 앞서 1910∼50년대 소설을 복간한 아단문고 시리즈를 펴내면서 원형 그대로 복원한 책을 내기도 했다. 원본 표지를 새 책 표지로 사용하고 속지도 오돌토돌한 종이 위에 인쇄한 덕에 보고 만졌을 때 한지 느낌이 난다. 현실문화 김수현 편집자는 “옛 책을 복간할 때는 당시 분위기를 잘 재현할수록 독자들의 반응이 더 좋다”고 말했다.

시공사 브랜드 검은숲도 이달 초 누렇게 변색된 종이를 사용한 엘러리 퀸의 탐정소설 ‘열흘간의 불가사의’ ‘더블, 더블’을 냈다. 검은숲은 2011년부터 엘러리 퀸 컬렉션을 시리즈로 출간하면서 초판에 한해 누렇게 변색한 종이를 사용하고 있다. 검은숲 박고운 편집자는 “독자들이 헌책방에서 절판된 책을 만난 것처럼 좋아한다”며 “시리즈 초판은 대부분 팔려나갔고 이달에 낸 책도 다 팔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미주의 인상#더블#헌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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