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를 미워했다, 경제발전 성과 깨닫기전까진… ”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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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 칼럼집 낸 김인규 교수 “전세계 나라 분석해보니
먹고살 만큼 돼야 민주화 이뤄져… 이젠 우파도 분배 적극 나서야”

‘박정희 대통령을 존경하느냐, 싫어하느냐’는 질문은 상대방의 성향을 단번에 짐작하는 데 효율적이다. 그런 점에서 “나도 박정희를 정말 미워했었다”라고 고백하는 보수 칼럼니스트의 이야기는 솔깃했다. 칼럼집 ‘박정희, 압축 민주화로 이끌다’(기파랑)를 최근 펴낸 김인규 한림대 경제학과 교수(사진)를 27일 만났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을 비난한 낙서로 대학교 2학년 때 1개월 징역형을 받았던 경험이 있다.

“1975년 대학에 입학한 뒤 E.H.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를 읽고 공부했다. 당시 청춘들 대부분이 그랬듯, 박정희 때문에 우리나라 민주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며 그를 증오했었다.”

김 교수의 모친은 아들이 다른 맘을 먹을까봐 노심초사했다고 한다. 어머니의 간절한 바람을 외면하지 못해 경제학 공부를 하기로 했다. 1985년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예상했던 것보다 한국은 민주화가 너무 빨리 이루어졌다. 그런데 이상했다. 경제발전론을 연구할수록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미운 마음이 흔들렸다.

“산업화와 민주화 중 무엇이 우선일까. 병행발전론이 있겠고, 가장 이상적인 건 민주화를 먼저 이루고 산업화는 그 뒤에 하는 것일지 모른다. 그런데 전 세계 나라들을 다 분석해보니 먹고살 만큼 산업화가 되어야 민주화가 오더라. 민주주의는 ‘사치재’다.”

1994년 귀국한 후 그는 종종 국립서울현충원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찾았다. 그리고 이렇게 혼자만의 화해를 했다. “젊어서 어렸을 때는 당신이 그렇게 민주주의 탄압한 것을 이해 못했는데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걸 이제는 좀 알겠소. 그때로 돌아가고 싶진 않지만.”

김 교수의 칼럼은 좌우 양쪽에서 비판을 받는다. 좌파는 자신을 ‘꼴보수’라고 부르고, 우파는 ‘좌클릭’이라고 부른단다.

우리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할까. 박정희의 경제성장정책이 차선이었다고 인정하지만, 김 교수는 “이제 분배 문제에 우파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업적 중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체결은 노 대통령의 뚝심 덕분에 가능했다. 우파가 추진했으면 오히려 더 말들이 많았을 것이다. 같은 원리로, 사회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소득 양극화 문제에 우파가 뛰어들어야 한다. 좌파가 분배하겠다고 나서면 우파의 저항이 더 강해지는 부작용만 생긴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박정희#김인규#민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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