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빈곤은 문명사회의 발명품”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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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기시대 경제학/마셜 살린스 지음·박충환 옮김/474쪽·4만3000원/한울아카데미

석기시대 수렵채집 사회에서 농경사회로 변하면서 생산력이 증가해 인류는 좀 더 풍요로운 삶을 살게 됐을까. 상식적으로는 그럴 것 같은데 저자는 오히려 농경으로 굶주린 사람이 더 많아졌고 여가시간은 더 줄었다고 한다.

인류학자들이 오지에서 수렵채집 생활을 하는 부족을 연구한 결과 성인 노동자가 식량을 구하는 데 들인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3∼5시간에 불과했다. 노조에 가입된 산업노동자들의 평균 노동시간과 비교해도 현격히 적은 시간이다.

문제는 많은 시간을 들여 열심히 일한들 계층에 따른 빈곤은 농경시대 이후 더욱 심화됐다는 점이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식량은 전 인류를 먹여 살리고도 남는데 여전히 기아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다.

저자는 “빈곤은 문명의 발명품”이라고 표현한다. 남태평양 트로브리안드 군도의 어민과 내지인은 생선과 얌(고구마의 일종)을 서로 교환해왔다.

1920년대 당시 유럽 상인들이 어민들에게 진주를 캐면 큰돈을 주겠다고 했으나 어민들은 내지인을 위해 고기잡이를 계속 했다. 파트너십을 더 중요시한 석기시대 교역에 대한 분석에는 효율과 성장을 중시하는 신자유주의가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것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담겨 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석기시대 경제학#빈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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